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에 미세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게 되는 현상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한다. 이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모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제시한 이른바 '모트금속-절연체 전이(MIT)' 가설을 56년 만에 실험을 통해 입증해낸 것이어서 그 의미가 무척 크다. 더욱이 이번 가설 규명을 통해 반도체보다 더 작으면서도 전기는 금속처럼 잘 흐르는 극소형 소자(素子) 개발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획기적 성과로 꼽을 만하다. 기존 반도체 소자의 경우 아무리 축소하더라도 40나노 이하로는 줄일 수 없었지만 이번에 규명된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4나노로까지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에 이은 새로운 나노소자 시대를 여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메모리,광소자,금속 태양전지 등 분야에서 향후 20년 동안 무려 1000억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창출(創出)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기초 기술을 먼저 개발했다고 해서 극소형 소자 등 관련시장까지 선점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규명한 것에 불과한 만큼 이번 연구성과를 다른 나라에 앞서 실용화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극소형 소자분야 등에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원천 기술인 점을 감안,국제표준화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함은 물론 결과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