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경차를 포함한 국내 소형차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체면이 안 선다'며 외면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에서 '찬밥' 신세인 소형차는 정작 해외 시장에서는 '잘 나가는' 수출 효자 상품 중 하나다. 고유가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자동차업체는 물론 정부도 소형차 시장 활성화를 적극 지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시장에선 '왕따' 2일 완성차업체에 따르면 지난 4월 선보인 프라이드를 제외한 국산 경차 및 소형차(마티즈 클릭 베르나 모닝 칼로스)의 판매량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3만1184대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2%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중·대형차 판매 비중은 높아졌다. 올들어 7월까지 소형차 판매비중(완성차 5개사 기준)은 9.1%로 중형차(36.6%)와 대형차(21.0%)에 훨씬 못미친다. 소형차 판매비중은 2003년 이후 10%대를 밑돌고 있다. 지난달 내수 판매집계 결과 승용차부문에서 그랜저와 쏘나타가 각각 1,2위에 오른 것만 봐도 중·대형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세금과 통행료 및 주차료 할인 등 혜택이 많은 경차도 소형차와 비슷한 신세다. 국내 유일의 경차인 GM대우 마티즈(800cc)는 올 들어 판매량이 9.5% 늘었지만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4.3%(8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해외에선 '씽씽' 국산 소형차는 해외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 기아차 모닝(1000cc)은 올 들어 8월까지 국내시장에서 작년 동기보다 11.4% 줄어든 1만1187대가 팔리는 데 그쳤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8만6526대가 팔려나갔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9%나 급증한 것이다. GM대우 칼로스도 국내 판매량은 17.9% 줄었지만 수출은 13.2% 늘어났다. 마티즈의 경우 수출 증가율(37.5%)이 내수 판매 증가율(9.5%)을 크게 앞선다. 소형차는 국내 소비자의 무관심을 비웃듯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GM의 '시보레 아베오(Chevrolet Aveo)' 브랜드로 미국에서 팔리는 칼로스는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미국 소형차 시장 판매 1위를 달리는 베스트셀링카다. 기아차 모닝도 독일과 유럽의 자동차전문지 등으로부터 수 차례 극찬을 받았다. 대우자동차판매 관계자는 "요즘에는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젊은 층도 소형차보다는 준중형이나 중형차를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자동차를 신분과시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라도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소형차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