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1999년 10월 해외로 나간 배경과 관련,"당시 정권 실세들이 '대우차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해 경영권을 보장해 주고 대우 부실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해줄 테니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해서 출국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 회장은 귀국 후 대우 임직원과 채권단이 자신의 출국을 권유했다고 언급한 적은 있으나 청와대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2일 김 회장에 대한 추가 기소 내용 및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회장이 자신의 출국을 종용하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회동 및 전화통화에서 '내가 나가야 할 상황이냐'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해외 유랑 중이던 2003년 1월 미국 경제잡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이는 김 회장의 석연찮은 출국이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에 따른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국에서 연수 중인 이기호 수석은 검찰에 전자우편으로 보내온 진술서에서 "김 회장의 출국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근영 총재도 "대우 계열사 사장에게 워크아웃 절차를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한 사실은 있지만 출국은 권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회장이 해외 금융조직인 BFC의 자금 가운데 1141억원(약 1억1554만달러)을 개인 용도로 횡령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83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BFC 자금에서 퍼시픽 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금 및 관리비로 4771만달러,㈜대우 미주법인의 자금 4430만달러를 BFC를 통해 KMC인터내셔널에 임의 지출하는 등 모두 1억1554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 회장은 628만달러를 전시용 미술품 등 구입비로 지출하고 가족 주택 구입 및 해외 체류비로 273만달러를 쓰는 등 회사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또 BFC 자금 80만달러를 들여 미국 보스턴 소재 주택과 프랑스 포도밭 59만5922평을 290만달러에 구입했으며 ㈜대우의 홍콩법인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4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