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한국의 자동차 노조는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할 겁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업체 임원인 A씨는 지난 1일 가결된 쌍용자동차의 2005년 임금 합의 내용을 보도한 신문을 읽으며 이같이 탄식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5만9000원(기본급 대비 4.94%) 인상,생산장려금 및 신차 출시 격려금 150만원 즉시 지급,연말 성과급 100만원 지급 등이 담겨 있다.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본인 희망'에 따라 정년 이전에 퇴직하더라도 200만~300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언뜻 보면 그다지 파격적인 임금 인상은 아니다. 하지만 쌍용차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이내 고개가 저어진다. 쌍용차는 주력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부진으로 올 상반기 3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내놓은 카이런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견디다 못한 쌍용차 경영진은 지난달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경상비를 20% 이상 삭감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이토록 경영 상황이 악화된 기업이 직원들에게 '성과급'까지 주게 된 이유를 중소납품업체 대표인 B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말이 안된다는 건 쌍용차 경영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완강히 버텼다가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가면 회사 손실은 더 커지죠.결국 노조원에게 몇백만원씩 더 주더라도 파업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또 다른 완성차업체 임원 C씨는 해마다 파업을 무기로 전리품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는 물론 큰 폭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GM대우와 르노삼성자동차도 쌍용차 노조에 영향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파업 협박에 밀려 늘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지 걱정"이라며 "대주주(중국 상하이자동차) 입장에선 인수한 첫 반기부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데다 과다한 인건비 상승이란 부담까지 안았으니 난감할 것"이라며 혀를 찼다. 대기업 노조의 무턱댄 임금 인상 요구와 경영진의 땜질식 협상 관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오상헌 산업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