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지문과 수학·과학문제 출제를 금지하는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학들이 이달 시작되는 수시 2학기 논술부터 영어지문을 없애기로 했다. 또 적성검사 점수를 전형에 반영하지 않고 당락(pass or fail)의 기준으로만 활용키로 바꾸고 있다. 다만 수리논술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폐지하기보다는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서술형 문제로 출제하며,한양대는 심층면접에서 학생들이 칠판을 이용해 답할 수 있도록 했다.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등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논술방향과 예시문항을 발표했다. ◆영어지문 없앤다=오는 25일 논술을 치르는 서강대는 언어논술의 경우 국문지문을 주고 내용을 파악하는 문제,논리력을 평가하는 문제,글쓰는 문제를 각각 출제한다. 문항별로 400∼500자의 답안을 요구하며 글쓰기의 경우 도입부를 제시한 뒤 한자로 된 특정어휘를 포함,완성토록 하는 문제를 낸다. 수리논술은 풀이과정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독창적 문제해결 능력을 묻는 문제를 낸다. 한양대는 수시2학기 모든 전형에서 실시하는 1단계 전공 적성검사를 당락의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2단계 전형에서 30∼50%까지 배점했던 전공 적성검사 점수는 모두 만점을 부여한다. 또 논술고사는 지문을 국문으로만 제시하고 지문 내용과 논리 파악 여부를 묻는다. 오종운 청솔교육연구소장은 "한양대가 전공 적성검사를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논술(인문)과 면접(자연),학생부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도 적성검사를 자격 기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대는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으로 출제하던 논술문항을 언어 수리만으로 낼 방침이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건국대 등 그동안 영어지문을 넣는 논술문제를 냈던 대학도 모두 국문지문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화여대 최은봉 입학부처장은 "수학ㆍ과학분야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ㆍ해석문제를 금지하는 2가지 기준을 고려해 논술 출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학 응용문제 출제,심층면접 강화=대학들은 수리논술에서 수학 응용 논술문제를 출제하되 직접적인 계산,풀이과정이나 정답은 요구하지 않도록 해 가이드라인을 지킬 방침이다. 서강대는 이날 자연계 수험생을 대상으로 수학적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예시 문항을 언론에 공개했다. 줄자와 각도기만을 사용해 해변에서 떨어진 무인도의 거리와 무인도 내 산 높이를 알아내는 방법을 여러 가지 제시하게 하고 방법별로 효율성을 설명하도록 한 문제다. 이는 삼각형의 기본 원리를 응용한 문제로 수학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수학적 기본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고교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을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앙대도 수리논술 예시문항으로 "해수욕장 그림에서 백사장 면적을 구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백사장 면적을 추정해 볼 수 있는지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그 방법의 타당성에 대하여 논술하시오"라는 서술형 문제를 제시했다. 고려대는 수리논술과 언어논술로 나뉜 시험형태를 유지한다. 또 수리논술이 이번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어 지난 1학기 논술고사 논란이 일었던 형태와 같은 유형으로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는 논술시험이 12월4일로 예정돼 있어 10월 말 논술출제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한양대의 경우 자연계 심층면접에서 면접위원 3명이 20분간 수학 물리 화학과 관련된 질문을 하며 필요할 경우 학생들이 칠판을 이용해 답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