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씨(42세)는 올해 여름나기가 무척이나 고생스러웠다.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사타구니에 물집이 생겨 여름내내 가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영락없는 습진이라고 생각해 동네 인근 약국에서 습진약을 구입해 발라봤지만 증세는 오히려 더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피부과 병원을 찾은 정씨는 의사로부터 습진이 아닌 '사타구니 무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타구니에도 무좀이 생기다니…." 처음 듣는 사실에 깜짝 놀란 정씨는 무좀에 습진약을 쓸 경우 증세가 더 나빠진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흔히 사타구니에 물집이 생기고 진물이 흐르면 습진,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생기고 껍질이 벗겨지면 무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무좀은 발뿐만 아니라 우리 몸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치료방법과 약이 다르며 무좀과 습진을 오인해 잘못된 치료를 할 경우 병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반드시 피부과에서 곰팡이 검사 등 전문검사를 받은 후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지난 2000년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가 피부병 환자 2만7881명을 분석한 결과 약 때문에 피부병이 생기거나 악화된 환자는 10.4%인 2897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301명(8.3%)이 바르는 연고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고제로 인해 무좀 증상이 악화된 것은 무좀을 습진으로 잘못 알고 습진약을 발랐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좀약은 곰팡이균을 죽이는 항진균제 성분의 연고다. 그런데 시중에 있는 대부분의 습진약에는 가려움증 및 염증 치료를 위해 부신피질호르몬제가 들어있다. 이 성분은 국소 면역능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므로 무좀에 사용하면 곰팡이가 더욱 번식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잘못된 연고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아무 연고나 함부로 발라서는 안 되며 되도록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약을 사용해야 한다. 흔히 손에 각질이 벗겨지면 주부습진이고,발에 물집이 생기면 무좀이라는 식의 자가처방은 화를 부르기 쉽다. 특히 피부염증이나 상처가 생길 경우 집안 어딘가에 굴러다니던 연고나 찾아 바르는 습관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일단 피부 연고니깐 안 바르는 것 보다는 낫다는 잘못된 생각이 더 큰 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도움말 ?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02-521-3141 /www.ak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