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80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신석기 시대 초창기의 통나무 배가 출토됐다.


국립김해박물관은 5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의 신석기 시대 저습지 및 패총(조개더미) 유적에서 최대 길이 310cm,최대폭 60cm의 나무 배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배가 출토된 곳은 비봉리 유적의 가장 아래층인 두 번째 조사구덩이 제5패층(조개무지가 쌓인 층)으로 신석기 시대 초창기에 해당하는 층위다.


국내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배가 출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고선박(古船舶) 연구 및 신석기 시대 생활사 연구의 획기적인 자료로 분석된다.


출토된 배의 두께는 2.0~5.0cm,깊이는 약 20cm로 발견 당시 강 쪽인 남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채 동서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현재로선 선수부와 선미부를 확실히 구분할 수 없는 상태.그러나 폭이 가장 넓은 쪽이 선미부이며 선수부를 향해 점차 좁아지는 구조인 것으로 조사단은 추정하고 있다.


해수면보다 2m 아래에서 확인된 이 배는 또 선미부 일부가 훼손된 상태로 원래 모습을 감안하면 전체 선체 길이는 4m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면은 통나무를 U자형으로 파낸 이른바 환목주(丸木舟)에 속하며 선체는 전체가 고르게 가공돼 있으나 선수부가 약간 더 두꺼운 것으로 파악됐다.


임학종 학예연구실장은 "이 나무배는 전체적으로 가늘고 긴 형태이며 철기나 청동기 같은 금속 도구가 쓰이지 않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치밀하게 가공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배를 만들기 위해 당시 사람들은 통나무를 군데군데 불에 태운 다음 돌자귀 같은 날카로운 석기를 이용해 깎아내고 다시 갈돌과 같은 기구로 표면을 정리하는 방식을 구사했다는 설명이다.


배 곳곳의 불에 그을린 자국(焦痕·초흔)이 이를 말해 준다.


배의 재목은 소나무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옛 선박은 경주 안압지 배(8세기),완도선과 십이동파도선(11세기) 등이 있으나 모두 역사 시대에 속하는 것뿐이다.


조사단은 "아직 확실한 연대 측정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고학적인 층위로 봐서 약 8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알려진 도리하마(鳥浜) 1호나 이키리키(伊木力) 유적 출토품보다 2000년 이상 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봉리 유적에서는 이에 앞서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이 굳어 화석처럼 된 신석기시대 분석(糞石)이 고고학상 최초로 나왔다.


또 대규모 도토리 저장시설과 송방울·각종 씨앗류,국내 최고(最古)의 망태기와 목기 등 수많은 생활 유물·유적이 확인돼 신석기 연구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


비봉리 유적지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완전 침수된 지역으로 창녕군이 이곳에서 양·배수장을 건설하다가 발견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