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코미디영화 '가문의 영광'의 속편인 '가문의 위기'(감독 정용기)는 전작에 의존한 웃음과 액션을 보여준다.


전작이 엘리트 사위를 맞으려는 조폭 가문의 소동을 다룬 데 비해 신작은 조폭 가문이 엘리트 며느리(김원희)를 받아들이기까지의 유쾌한 행로를 담아낸다.


예비 며느리의 직업이 조폭을 잡는 검사인 만큼 여성 파워가 강조돼 있다.


여검사는 예비 신랑감인 첫째 아들(신현준)에게 쇠고랑을 채웠다가 풀어 주도록 이끄는 '전능의 여인'이다.


또한 세 조폭 아들을 거느리는 가문의 보스도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 홍덕자 여사(김수미)이다.


둘째 며느리도 칠공주파 여성 조폭 출신으로 남편을 쥐고 산다.


조폭 삼형제는 다른 남자들을 폭력으로 제압하지만 여인들에게는 이상하리만치 허약하다.


이런 요소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들을 좋아하게 만들 뿐더러 여성 파워가 거세지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여성 상위'는 베드신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침대에서 일어난 김정은이 부끄러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전작과 달리 신작에서는 여검사가 조폭에게 강력히 따진다.


두 남녀가 인연을 맺기까지 여검사가 변호사로,조폭이 자선사업가로 각각 변신하는 과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짜여져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무식한'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주는 웃음이다.


가령 한 조폭이 '오렌지'가 영어로 뭐냐고 물으면 다른 조폭이 한참 궁리한 끝에 '델몬트'라고 답변한다.


관객들이 박장대소하는 동안 극중에선 '그럼 썬키스트는 뭐지?'란 대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강렬한 패러디와 유머에 비해 칼과 각목,주먹이 난무하는 액션 신은 양념에 불과하다.


조폭 보스 역의 김수미는 굳건한 여장부이면서도 넉넉한 모성애를 간직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주역들의 파워는 전편보다 약화됐지만 감초 배우 공형진과 신이,정준하 등 풍성한 조역들의 연기가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조폭코미디 류의 한계도 여전히 엿보인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유치한 감성에 기댄 행동을 보여주며 대사에는 불필요한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