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걱정되는 아태지역 경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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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
현재 우리 국민들은 모두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 증가추세에 있는 실업을 해결할 길도 없고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우리 국민들은 1인당 GDP가 선진국에 비해 겨우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이 시점에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연간 5~6%의 성장은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기술개발을 촉진해 기업환경을 세계 최상으로 만들어 국민 각각의 생산성을 지금의 2배로 제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이런 노력을 한다 해도 대외환경이 나빠지면 우리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외환경을 개선하는데는 아ㆍ태지역 국가들과의 관계증진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이 지역은 우리 수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이고,국내에 들어오는 해외투자의 3분의 2 이상도 이 지역 국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라들이 바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인 바, 이들은 모두 아ㆍ태지역 국가이고 또 이 지역 경제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정부기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아ㆍ태지역 국가들 간의 경제 및 안보관계는 여러 가지 걱정되는 것이 많다.
우선 교역 면에 있어서 이 지역 국가들 간에 많은 쌍무적 혹은 소지역주의적인 이른바 자유무역협정(FTA)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러한 협정들은 일정한 원칙과 수준을 지키지 않으면 무차별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모든 나라에 골고루 혜택을 주어 왔던 WTO 중심의 다자간무역체제의 발전에 큰 해를 끼치게 된다.
특히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무역을 해야 하고 아직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나라로서는 비회원국을 차별하는 쌍무적 혹은 소지역주의적 자유무역협정의 만연은 비록 그것이 불가피한 대세라 할지라도 매우 걱정되는 현상이다.
아ㆍ태지역 국가 간의 경제관계에서 크게 우려되는 또 한가지는 악화일로에 있는 무역수지의 불균형이다.
이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적자와 아시아 국가들의 지속적인 무역흑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런 불균형을 빠른 시일 내에 시정하지 못하면, 미국의 보호주의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미 달러화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는 급격히 절상시켜 국제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옴으로써 전 세계적인 경제공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아ㆍ태지역은 이 같은 경제문제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도 그 중 하나이고, 과거 역사에 대한 인식차이로 인해 특히 작년 이후 한ㆍ중ㆍ일 사이의 관계가 나빠지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와 같은 관계악화는 영토분쟁과 맞물려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올바르게 해결돼야만 우리 경제의 앞날이 밝아질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행히 이런 문제들을 외국의 많은 고위인사들과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의 이름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은 모두 이 지역의 정부, 기업 및 학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쪼록 우리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회의에 참가해 여러 문제에 대한 의견과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바로 우리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다.
/전 대외경제협력 특별전권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