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텔비사 에어컨 180유로(약 23만원),LG전자 에어컨 950유로(약 120만원)….' 지난 1일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전자 전문매장 '미디어마트'.1만여평의 매장 한켠에 낯선 이름의 중국산 에어컨이 LG전자 제품과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성능이나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값이 싼 덕분에 손님들이 꽤 찾습니다." 매장 매니저인 마르티네즈는 "중국에서 주문제작한 미디어마트의 자체 브랜드여서 같은 용량인데도 가격은 LG전자 제품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마지막 보루인 전자와 자동차 시장마저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제품의 절반 이하 가격을 앞세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DVD플레이어 전자레인지 등 소형 가전에 이어 에어컨 냉장고 등 주요 백색가전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전체 분리형 에어컨 시장의 절반가량을 중국산이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점유율은 44.3%로 1년 전보다 무려 11%포인트나 높아졌다. LG전자 관계자는 "180유로면 국산 에어컨에 들어가는 컴프레서 가격 수준"이라며 "중국 업체와의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유럽 주요 지역에서 고급형 에어컨 비중을 늘리고 볼록형 브라운관TV 판매를 중단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문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지난 5월 네덜란드에 진출한 장링모터스는 동급인 현대차 싼타페(3만유로)보다 40% 이상 저렴한 1만7000유로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랜드윈드'를 내놓았다. 중동의 시리아에선 중국 체리자동차의 1만3000달러짜리 준중형 자동차가 저가를 무기로 현대자동차 베르나(1만5300달러)와 비슷한 월 150여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오는 2007년 미국에 진출,연간 25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마드리드(스페인)=김형호·오상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