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1개 값으로 완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당해낼 수가 있나요. 저가 제품으로는 중국이랑 붙어서 이길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박재욱 LG전자 스페인법인 차장) "시리아에 중국자동차 업체가 진출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벌써 시장점유율이 15%예요. 조만간 저가 시장은 중국산이 휩쓸 분위기입니다."(김태의 현대자동차 과장) 중국발(發) 저가 공습이 전자와 자동차 분야로까지 옮겨오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를 피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어느 정도 시장이 겹친다는 점에서 타격은 불가피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저가 해외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전자 제품 가격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현지 유통업체가 중국에 주문제작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제품뿐 아니라 하이얼 등 이름 있는 브랜드조차 판매가격이 국내 제품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최대 전자전문점인 미디어마트에 진열된 하이얼 분리형 에어컨의 판매가격은 299유로로 동급 한국산 제품(800~950유로)의 30% 수준이다. 퍼스트라인 텔비사 등 OEM 제품은 채 200유로를 넘지 않는다. 하이테크 제품인 LCD TV의 경우 하이얼의 30인치 제품은 미국에서 대략 1300~1400달러로,32인치짜리 삼성 LG 제품보다 1000달러 정도 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에선 3000cc급 픽업 트럭인 중국 무단자동차의 '가바다스트'를 8300달러에,중국 마스터자동차의 'BJ1043'은 9200달러만 주면 살 수 있다. 현지 판매 1위인 현대 '포터'는 1만875달러 수준.이란의 경우 현지 최대 자동차조립업체인 '코드로'가 중국산 차량을 대당 5500달러 이하에 조립 판매할 계획이어서 조만간 저가 시장은 중국산이 휩쓸 전망이다. 중국의 베이징천바오신문은 최근 "승용차 수출 가격이 대당 1000달러짜리도 있다"고 전했다. ◆저가 경쟁에 국내 업체 비상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국내업체에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PC업계는 이미 '중국 공습'에 침몰한 상태다. 가전 역시 중국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한국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을 순차적으로 버리고,프리미엄 제품으로 돌아서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중국과 부딪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최근 몇 년 새 저가 수출공세를 본격화하며 한국업체의 경쟁자로 부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업체의 수출액은 90억58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7.2%나 증가했다. 특히 수출 단가를 대폭 떨어뜨린 탓에 수출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배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기간산업실장은 "우려했던 중국 전자·자동차업체들의 세계시장 공략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프리미엄 업체로서의 위상을 지금보다 한층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오상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