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운 < 농업기반공사 사장 ajw@karico.co.kr > '탈(脫)한국' 붐이 일면서 이민관련 신조어들이 유행하고 있다. 기러기아빠를 비롯 교육이민,결혼이민,구직이민,환경이민,출산이민,2030이민 등 참으로 유행어도 각양각색인 데다 그 대상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사교육비,환경악화, 높은 생활비 등을 이유로 최근 4년간 한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3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민열풍을 국내의 인력과 자본유출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고국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보든 한국이 그만큼 살기 어려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노년층의 이민추세를 보면 더욱 답답한 심정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환경이 좋은 나라에서 노후생활을 보내겠다는 은퇴이민.해외 은퇴이민 설명회가 열릴 때면 북새통을 이룬다는 소식을 들으면 쾌적한 삶에 대한 동경보다는 왜 우리 노인들이 젊은 날의 열정과 투지를 바친 이 땅을,평생의 인연을 함께 한 가족과 친지 친우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을 등지고 아무도 없는 쓸쓸한 외국땅으로 가야만 하는지 서글픔이 앞선다. 서구에서는 많은 노인들이 은퇴 후 환경이 좋은 농촌이나 고향 등지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도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농촌개발이 한창이다. 지자체들이 중심이 돼 농촌의 어메니티와 아름다운 경관,쾌적한 환경을 살리고,주거환경과 복지,교육환경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살기 좋은 농촌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과거의 못 살고 어려운 농촌이 아니라 새롭고 매력적인 거주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은퇴전선에 들어선 실버세대.그들은 평생을 오염된 도시의 환경 속에서 일터를 오가며 숨가쁜 생활을 해왔다. 은퇴는 평생의 직임에서 물러나 제2의 인생을 향유해야 할 때.굳이 가족과 친지를 멀리 하고 먼 타향에서 쓸쓸한 노후를 보낼 건 무언가. 쾌적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농촌에서 정겨운 이웃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황혼기를 여유롭게 보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