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도 상당한 충격을 줄전망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아 '21세기 첫 오일쇼크'가 초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 경제에도 '카트리나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심각해 올해 경제 성장률이 1.0%포인트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카트리나 후유증은 예상보다 길어져 내년까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아시아도 안전지대 아니다 카트리나 여파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보다 1%포인트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주말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작년 3.8%에 달한 세계 GDP 성장률은 올해 3.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 행진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소비 위축→성장 둔화'란 악순환을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모건스탠리 홍콩본부 애널리스트인 앤디 시에는 "카트리나로 인해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유럽과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은 '기름값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휘발유 값은 1년 전보다 60% 오른 갤런당 6.7달러로 치솟았다. 스위스에서는 휘발유 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에서도 지난 주말 휘발유 값이 갤런당 5달러로 주초보다 7%가량 뛰었다. 아시아에서는 더욱 심하다. 인도네시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보조금 부담으로 루피아화가치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금리를 올리고 에너지 보조금을 축소키로 하는 등 초비상 상태다. 태국은 옥외 간판의 조명 시간을 하루 세 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절약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 남부지역 어선의 3분의 1가량이 기름값 상승으로 조업을 포기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도 여파 국제금융시장도 위험 회피를 위한 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하는 등 카트리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된 선물·옵션 거래량은 1070만 계약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선물 거래량은 사상 최고인 580만 계약에 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거래가 폭증했다. 세계 최대 곡물거래소 중 한 곳인 캔자스상품거래소의 지난 1일 곡물 선물 거래도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하락을 예상하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2일 외환 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를 예상,달러화를 팔 것을 조언했다. 이 같은 비율은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