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협력업체들의 하소연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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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5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중단을 호소한 것은 피해가 얼마나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일에 다름아니다.
그런데도 이들 노조는 협력업체 사정은 나몰라라한 채 파업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완성차업체의 파업이 유발하는 부작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엄청난 생산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단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파업과 관련, 현대·기아차의 피해액은 이미 6000억원을 넘어섰고 협력업체들의 피해 또한 5000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협력업체 6400여곳 중 절반가량은 100% 이들 양사에만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더욱 심각하고 일부 업체들의 경우 부도위기에까지 몰려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마당에 예정된 일감마저 줄어들며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견뎌야 하니 버텨내려야 버텨낼 재간이 없는 셈이다.
더욱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로 임금 지급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통이 한층 가중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만큼 더욱 우려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처지는 국내최고 대우를 받는 현대·기아차 근로자들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열악한 근로여건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다.
심지어 같은 생산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대우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훨씬 나은 대우를 받는 근로자들이 이들의 피해를 강요하는 파업을 계속 고집하고 있으니 집단이기주의란 말 외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더구나 현대·기아차 노조는 노사협상 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87년 발족 이후 단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고 기아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식의 노동운동 행태는 정말 더 이상은 곤란하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자신들이 누리는 최고 대우의 바탕에는 41만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금 당장 파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