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더 많다고?" 산업자원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산업혁신포럼 2005'의 첫날이었던 지난 6일.토론자로 나온 레스터 서로 미 MIT대 교수가 "한국인들은 왜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많은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참석자들로부터 쏟아졌지만 서로 교수로부터는 "내가 대만 반도체회사 4곳의 사외이사를 하고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런 걸 헷갈릴 리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통계청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 기준)은 지난 2003년 1만2720달러로 대만(1만1710달러)을 처음으로 앞선 뒤 작년에도 1만4162달러로 대만(1만2382달러)보다 1780달러 많았다. 서로 교수의 주장과는 맞아 떨어지지 않는 수치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는 다른 '석학'들도 마찬가지였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자단 공동 인터뷰에서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한국상황은 잘 알지 못하지만"이라는 말을 대답의 첫머리에 붙였다. 위용딩 중국 통화정책위원은 북한과 관련된 질문에 "제3자 입장에서 뭐라 말하기 힘들다"고 비켜가기도 했다. 구체적인 성공 전략에 목말라하던 참가자들에게는 앨빈 토플러로 대표되는 미래학자가 이번 포럼의 전면에 나선 것도 다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토플러에 이어 연사로 나선 페퍼 교수조차 "난 미래학자들을 믿지 않는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민간연구원은 "국가 경제의 명운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행사라기보다 잘 꾸며진 교양 강좌를 보는 듯했다"며 "한국적 현실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았다"고 아쉬워했다. 서로 교수는 강연 말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20년 전략을 짜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런 게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얼마 후엔 남아공에서도 '석학'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앞세운 '글로벌한' 행사가 열릴 모양이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