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쿵∼" 지난 2일 오전 일본 기타규슈시 와카마츠구(區) 에코타운.60만평 규모의 에코타운 공단 중심부로 들어서자 '서일본 자동차 리사이클링 주식회사(WARC)'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작업장 소음이 귀청을 때렸다. 유(U)자형 작업라인에선 수입 자동차 한 대가 해체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전동드라이버로 범퍼,핸들,문짝,헤드라이트 등의 부품들을 순식간에 분리했다. 이어 엔진오일,브레이크유,냉각수 등의 액체류가 나왔고 차체는 마지막 공정으로 옮겨졌다. 네모난 두부틀처럼 생긴 압착기는 차체를 가로 세로 1m 크기의 정사각형 쇳덩이로 압축했다. "자동차 리사이클은 조립공정의 정반대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일이나 냉각수,프레온 가스 등을 오염되지 않게 빼내는 거죠.에어백은 원격조종장치로 터뜨린답니다." 유리조각은 노반재로,타이어는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는 등 자동차의 99%를 재활용한다는 게 안내를 맡은 이치노 이유케씨(24·여)의 설명이다. 남는 폐찌꺼기는 분진 종류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이런 방식으로 재활용되는 자동차는 하루 약 70대.이 회사는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는 유해물질처리 분담금과 부품판매 수익으로 운영된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떼어낸 부품을 처리하는 방식부터 달라진다. 깨끗하게 손질된 부품은 부품명,차명,타입,연식,재고번호 등을 기록한 바코드가 붙여져 창고에 보관된다. 중고부품 바이어나 인터넷 등에서 일반인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이에 반해 한국에선 중고부품이 정상적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서일본 자동차 리사이클링 주식회사는 지난 97년 일본의 첫 에코타운으로 지정된 기타규슈 공단 내 18개 업체 중 하나. 그러나 기타규슈 공단이 강력한 친환경 정책의 상징물로 평가되면서 각국에서 온 관람객이 하루 200여명에 달한다. 일본은 90년대 말부터 경제산업성과 환경성이 손을 잡고 에코타운 건설에 들어가 현재 전국에 24개 에코타운을 지정한 상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복사기 같은 OA(사무자동화)기기,가전,폐플라스틱 등을 처리하는 업체들이 한데 모여 부산물을 주고받고 에너지원도 공동 사용한다. 에이지 우에무라 기타규슈시 무역투자진흥국(KTI) 과장은 "기업과 행정,대학이 힘을 합쳐 최첨단 폐기물 처리기술을 실증적으로 연구하고,이 기술을 재활용 처리업체가 이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규슈시는 에코타운 사업을 통해 지난 7년간(97∼2003년) 1조930억원가량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한 해 30여만명의 시찰자 방문으로 인한 관광수입도 적지않다. 반면 투자한 금액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 재활용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고 있는 셈이다. 기타규슈 지역을 관장하는 KOTRA 후쿠오카관 박기식 관장은 "기타규슈는 기존에 발달한 IT와 환경분야가 잘 결합돼 있어 한국의 차세대 무역파트너로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기타규슈(일본)=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