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000시대 향하여 '뉴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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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가 2000으로 뛰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유정상 PCA투신 자산운용본부장)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자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증시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8년간 종합주가지수를 500∼1000포인트 사이에 묶어놨던 낡은 틀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적립식 펀드를 앞세운 간접투자 정착 △기업의 체질 개선 △주주 중시경영 확산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풍부한 유동성 등이 핵심이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의 세력화,주식 유통물량 감소,세계적인 경기 회복 가시화 등 내외적 여건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증시 패러다임 변화
이채원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은 "변동성이 크고 소수 우량종목이 주도했던 과거의 불안한 증시에서 다수 종목이 골고루 재평가되면서 동반 성장하는 안정된 증시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의 일등 공신은 역시 간접 투자다. 특히 간접 투자의 선봉인 적립식 펀드가 급성장하면서 시장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적립식 펀드 수탁액은 작년 초만 하더라도 3000억원 선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1년 반 만인 지난 7월 말 현재 8조4886억원으로 급증했다. 계좌수도 300만개를 돌파했다. 3가구당 1가구꼴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셈이다.
이는 기관을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시켰다.
특히 투신과 보험이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올 들어 투신사는 3조17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작년에는 4조8717억원어치를 팔았었다.
올해 8608억원어치를 사들인 보험사도 작년에는 4683억원어치를 팔아치웠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작년에 10조4838억원어치를 샀다가 올해는 순매수 규모가 10분의 1 수준인 1조106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외국인보다 기관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기관이 '덩치만 큰 약골'에서 외국인으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되찾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낮아진 것도 패러다임 변화의 한 축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까지만 해도 널뛰기를 반복했던 상장사들의 이익 추이는 2002년 이후 급격히 안정되고 있다.
전체 상장사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배당이 늘어나는 등 선진국형 주주 중시경영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상장사 평균 배당수익률은 6.4%(2004년 말 기준)로 이미 국고채 금리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곳도 144개사로 전체의 26%에 달한다.
◆대세 상승은 이제부터
한상수 동양투신 주식본부장은 "기업 실적·수급·심리 등 3박자가 탄탄한 이상 증시의 본격 상승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최근 한 달 동안 역사적 고점을 앞두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친 가운데서도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라고 덧붙였다.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지수는 사상 최고치이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으로 미국 일본 등의 20배 안팎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다"며 "증시 패러다임이 바뀐 이상 한국 증시의 제값 찾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커다란 조정 없이 랠리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장기 보유(바이&홀드)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과거 1980년대 중반 퇴직연금(401K) 등 간접투자 붐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성장,1만포인트 시대로 접어든 점을 들어 국내 증시도 올해 말 퇴직연금이 도입돼 간접 투자가 완전 정착되면 지수 2000포인트 시대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