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민간의 카트리나 피해 복구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았던 멕시코만 정유시설이 속속 정상화돼 이번 주 안에 전체 시설의 절반 정도가 재가동될 것으로 보여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뉴올리언스시는 6일 레이 내긴 시장이 대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 전원에 대해 강제 소개령을 내리는 등 여전히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아직 도시의 60%가 물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균이 발견되고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가 누출되는 등 또 다른 재난을 당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인접한 텍사스주와 미시시피주로 대피한 이재민 5명이 수해 지역의 더러운 물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현지 보건관리들이 7일 밝혔다. 한편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90여개 국가와 민간단체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3000만달러와 구조대를 파견,쿠웨이트(4억달러)와 아랍에미리트·카타르(이상 1억달러)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유시설 복구 지난주 멕시코만 지역의 정유 업체들은 철야 작업을 벌이며 총력 복구에 나서 이번 주 중 피해를 입은 설비의 절반 이상이 재가동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로이터통신은 피해를 입은 8곳 정유시설 가운데 5곳이 재가동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보도했다. 하루 23만5000배럴을 생산하는 모티바 엔터프라이즈의 루이지애나 콘벤트 플랜트와 24만5000배럴 용량의 마라톤오일의 설비는 이날 현재 복구가 마무리돼 조만간 본격 가동된다. 일리노이주 등 피해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한 7개 시설도 지난주 교통 마비로 조업을 단축했었지만 최근 도로가 복구돼 정상 조업을 시작했다. 정유설비 가동으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미국 원유선물 가격은 7일 장중 한때 배럴당 65.65달러까지 떨어지며 전날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휘발유 선물 가격도 갤런당 2.09달러대를 횡보하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뉴올리언스 전염병 우려 커져 뉴올리언스시 배수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긴 시장은 "지난주 도시의 80% 정도가 물에 잠겼었지만 수위가 점차 낮아지면서 지금은 60% 정도가 잠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희망의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물을 완전히 빼내는 데에 3주가 소요되고 잔해를 제거하는 데 수주가 걸릴 것이며 최대 8주가 지나야 전기가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뉴올리언스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식중독균인 E 콜리 박테리아가 검출돼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통상 처리되지 않은 하수에서 검출된다. 박테리아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식중독이 생기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총 90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뉴올리언스의 쓰레기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다. 건물에서 떨어져나온 잔해뿐만 아니라 지하 연료 저장탱크 등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각종 위험 물질들이 침수지역을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은 의료시설에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수색 작전을 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오염된 물을 폰차트레인 호수로 퍼내고 있어 이 호수의 물을 먹으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루한 줄서기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에서 주민들은 석유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지루한 줄서기를 하고 있다. 주유소에는 차량과 인파가 몰려들고 있으며 물을 공급하는 곳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문을 연 가게 곳곳에서 수건과 청소도구,연장 등을 사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찾거나 보험 청구를 하는 것도 사람들이 많아 쉽지 않다. 택시기사인 조니 슬레이터씨는 "기름을 넣기 위해 세 시간을 기다렸다"며 "택시기사에게 세 시간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인지 아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