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간 회담이 국정 현안에 대한 심각한 이견만 확인한채 끝난 건 몹시 실망스럽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국정 전반을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였던 만큼 국민들이 경제살리기를 위한 합의도출에 걸었던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회담 의제가 민생과 경제,정치,남북관계 등 거의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었지만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최대 쟁점인 연정(聯政)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민생경제를 위한 초당(超黨)내각'구성을 제안했으나 박 대표는 "연정의 한 형태"라며 거부했다. 박 대표는 대신 행정구역 개편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생경제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인식의 차이가 없었지만 지금의 경제현실에 대한 이해가 달랐고,경제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도 서로간의 시각차만 노출했다. 이번 회담이 결국 아무런 합의도 이뤄내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정국은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갈등과 혼란만 거듭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지금의 우리 경제 여건이 연정이니 선거제도 개혁이니 하는 정치적 논란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산업생산이 증가하면서 어제 종합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가 오랜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업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심각한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는 조금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게다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유가나,미국 허리케인 피해의 여파로 제기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론 등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나라 밖 사정을 감안하면 조금도 낙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政爭)으로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릴 때가 아니다. 야당의 반대가 더욱 분명해진 만큼 이제 연정논의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려 고용을 늘리면서 경제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대책을 짜내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도 오히려 시간과 노력이 부족할 지경임을 정말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