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홍보실이 가지고 있는 역대 사장 사진 중에 튀는 사진이 하나 있다.


지난달 '민영 2기 사령탑'에 오른 남중수 사장 사진이다.


1~8대 사장의 사진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 사장은 캐주얼 재킷 차림에 활짝 웃는 모습이다.


남 사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7일에도 이런 차림을 했다. 임원들도 노타이 캐주얼 차림으로 배석했다.


KT 임직원들은 이런 변화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 사장은 KTF 사장이던 지난해 10월 직원 단합대회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 사장의 경영철학은 여기서 출발한다. 바로 '원더(Wonder) 경영'이다.


그의 옷차림과 미소는 '놀라움'의 단면이면서 그의 경영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놀라움을 실현하지 않고는 치열한 통신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좋은 것(good)을 거부한다.


혁신을 통해 위대한 것(great)을 이뤄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가 자주 인용하는 문장은 'Good is the enemy of Great(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좋은 회사에 만족하다 작은 회사에 인수된 AT&T가 아니라 GE나 BT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 사장은 부드러움 뒤에 공격성을 숨기고 있다.


KTF 사장 시절(2003년 1월~2005년 7월) 이통사 간 출혈경쟁 구도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과감히 줄여 실적을 개선했다.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된 뒤에는 순증분의 43%인 129만명의 가입자를 경쟁사에서 끌어오기도 했다.


원더 경영은 조직개편을 신호탄으로 시작됐다.


남 사장은 취임 10여일 만에 조직을 혁신했다.


관료적인 본부 체제를 부문과 담당 체제로 개편했다.


9본부 7실 체제를 8부문 3실로 바꾼 것.특히 성장을 통해 혁신을 꾀하기 위해 신사업개발과 신성장전략 부문을 강화했다.


원더 경영의 대상은 소비자 주주 내부고객이다.


남 사장이 내건 화두는 '출문여견대빈(出門如見大賓·밖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을 큰 손님 섬기듯 대하라)'.모든 사람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받들어야 블루오션으로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주에게도 감동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배당은 끊임 없이 성장해야 가능하다"면서 "성장 없는 배당은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고 단언한다.


신사업을 개발하고 신성장엔진을 찾고 있는 것도 '주주 감동'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내부고객인 임직원에게도 조직문화를 바꾸고 회사 경영지표를 개선해 감동을 주겠다는 게 남 사장의 생각이다.


조직 내에서 열린 문화로 주인의식을 가지면 일이 재미있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틈틈이 강조한다.


남 사장은 과연 KT의 성장한계를 극복하는 '원더맨(wonder man)'이 될 수 있을까.


KT의 미래는 남 사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