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3시. 칠흑 어둠에 싸인 상하이 치신루(七薪路)의 골목 끝 한 작은 공장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말이 공장이지 허름한 이층집을 개량해 만든 주택이다. 공장 안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30여명 중국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한 쪽에서는 떡방아를 찧고,일부 여직원은 꿀떡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 옆 떡시루에서는 흰색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국 떡 전문 업체인 '우리떡집'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떡을 만드는 직원들 가운데 안태호 사장(51)과 그의 부인 김미혜씨(49)가 있다. 그들은 직원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떡의 간을 맞추고,모양을 잡아준다. 안 사장은 취재나온 기자가 별로 반갑지 않은 듯 "조금만,조금만 기다려"라며 손사래를 친다.


"6시 이전에 모두 배달해야 합니다. 고객의 아침 식탁에 뜨끈뜨끈한 떡을 올려야 하거든요. 추석을 며칠 앞둔 요즘에는 선물용 떡 주문이 많아 좀 더 일찍 직원들을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동이 틀 무렵,안 사장은 마지막 배달 떡이 오토바이에 실리는 것을 보고는 담배를 문다. 그는 "상하이 교민들이 저 떡을 먹고 힘을 낸다면 뭘 더 바라겠느냐"며 연기를 내뿜었다. 그의 얼굴에서 시험 점수 100점을 받아든 초등학교 아이의 표정을 발견한다.


안 사장이 떡 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02년 말. 당시 그는 상하이에서 무역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었다. 거래처를 연결해주고 커미션을 받는 일이었다. 그는 남의 일을 대리하는 컨설팅 사업에 한계를 느꼈다. 뜻한 만큼 수익도 오르지 않았다. 인생의 전환을 가져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


"어느 날 상하이 한국 식당에 떡이 있어 먹어 보았습니다. 한국 떡이라고 내놨는데 우리 떡이 아니더군요. 조선족 동포가 대충 흉내낸 것이었습니다. 순간 '우리 떡에 승부를 걸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떡집 이름을 '우리떡집'이라고 지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떡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그는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떡을 만드는 기술이 문제였다. 고민 끝에 그는 부인을 서울 유명 떡집으로 '연수'를 보내 기술을 얻어왔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결국 승부는 기술과 서비스에서 납니다. 최고 품질의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은 헤이룽장에서 가져오고, 참깨는 산둥(山東)성에서 직접 조달합니다. 잣 호두 등은 냉동이 아닌 것을 그때그때 조달합니다. 상하이 부인들이 한국에 갈 때 우리 떡을 싸가지고 갈 정도가 됐습니다."


개업한 지 3년이 넘은 지금,우리떡집은 상하이에서 한국 떡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하루 약 50곳으로부터 떡 주문을 받는다. 설이나 추석에는 주문이 넘치고 아이 돌잔치,회갑연,심지어 상하이총영사관 공식 행사까지 잔칫상에는 그의 떡이 오른다.


매출을 묻는 질문에 안 사장은 "이제 떡 먹고 살만 합니다"라고 웃어넘겼다.


안 사장은 '고객 아침상에 따끈따끈한 떡을 올리자'라는 서비스 신념으로 오늘도 상하이의 새벽어둠을 밝히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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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소사업 하려면 ]


많은 한국인들이 적은 자금을 들고 중국으로 옵니다.


그들에게 중국은 인생의 마지막을 걸 만한 '엘도라도'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기회 속에는 항상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법,중국에서 보따리를 싸야 하는 고통을 겪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사업에는 절대 도전하지 마십시오. 중국 직원들에게 밀착,그들 에게 일을 지도하고 감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 직원들은 사장이 약해 보이면 언제든지 주인에게 달려드는 야수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합법적인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중국은 어수룩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몇 번은 법망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속이는 게 버릇이 되면 크게 속이고 그러다 한 번 걸리면 재기 불능일 정도로 타격을 받는 경우도 주위에서 더러 봅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서비스업의 경우 영업허가를 얻기가 쉽지 않고,행정규제도 심합니다.


소비 행태도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사업을 시작하면 백전백패합니다.


/안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