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목표로 한 '8·3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주택·토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단 정부가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걱정했던 대로 전셋값이 강세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택수급 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다른 집값불안의 불씨를 여전히 남겨뒀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택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대책의 약효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기 수급불안 불씨 여전 이번 대책 가운데 장기 수급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원가연동제 △공영개발 등이 꼽힌다. 이들은 단기적 시행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비자들의 주택 매입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수요를 줄여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조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다른 집값 불안 우려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 철저히 소외된 재건축 규제완화 부문도 공급부족에 따른 수급불안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공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다주택 보유자들이 크게 감소할 경우 자칫 주택보유 능력이 없거나 구입의사가 없는 사람들의 임대료(전셋값)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집값 또한 불안의 불씨를 안고 가는 셈이다. ◆정부의 구상은 이번 대책에 담긴 주택공급 방안은 엄밀하게 볼 때 주택공급 확대라기 보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정부 예측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매년 30만가구의 주택이 필요하다. 가구 및 소득증가와 멸실에 따른 기본수요 24만가구 외에 주택보급률(2012년 전국 평균 112%)을 높이기 위해 6만가구를 더 지어야 한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관리지역 세분화 지연 등으로 민간택지 공급이 크게 위축돼 있다. 이러다 보니 민간과 공공을 합쳐 매년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이 24만가구에 불과하다. 연간 6만가구씩 모자라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40%에 머물던 공공택지 비중을 60%까지 높여 민간 부족분을 채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송파신도시 200만평(5만가구) 개발 △김포·양주옥정 등 기존 택지지구 면적 1000만평(14만가구) 확대 방침을 내놓았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공급비중을 50%(현 40%)까지 높여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키로 했다. 하지만 향후 5년간 부족분(총 30만가구) 가운데 민간택지 공급분(5만가구)을 뺀 6만가구(300만평)에 대해서는 이번 대책에서도 명시적인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수도권의 기본적인 주택공급 기반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얘기다. ◆시장 눈높이에 맞춘 공급을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운 주택수급계획이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얼마나 차질없이 실행에 옮겨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주택시장의 특성상 '적재(適材)·적소(適所)·적기(適期)'공급이 이뤄져야 국지적으로 반복되는 집값 불안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대책 가운데 송파신도시만 해도 군부대 이전대상지 물색·매입,수도권 광역도시기본계획 확정,그린벨트 해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벌써부터 '정부 방침대로 2008년 하반기 최초 분양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택지개발지구 면적확대 방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김포,양주옥정 외에 파주,화성동탄,오산 세교·궐동 등의 개발면적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경단체나 지자체의 반발 등에 부닥칠 소지가 다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을 필요 이상 늘리기 보다 수급계획에 맞는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수요억제 위주로 짜여진 8·31 대책이 정부 기대만큼 효과를 지속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