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이후] 눈높이 공급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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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의 안정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수요에 맞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이른바 '눈높이 공급'이 왜 필요할까.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과)는 최근 국가경영전략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최근 부동산시장 문제의 본질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와 유형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데 있다"며 일자리와 아파트 공급물량 사이에 연관성이 크다는 근거를 통계치로 제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1994~2003년까지 10년간 서울지역의 취업자는 18만명가량 순증했으며 이 가운데 강남구가 4만410명(22.5%),서초구가 4만3011명(23.9%)을 차지했다.
반면 아파트는 1995~2004년 중 강남구가 1379가구,서초구는 1만6502가구 각각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송파구를 포함해 이른바 강남권 3구에서 새로 생겨난 일자리 수는 서울시 전체의 61%인 11만406명인 반면 아파트 가구수 순증분은 2만3757가구로 서울 전체의 5.1%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직주근접(職住近接)이 주택수요의 중요한 동기라는 점에서 이 같은 수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집값 상승의 또다른 특징인 '평형별 상승격차'에서도 눈높이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3년 '10·29대책' 발표 이후 서울지역의 평형별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재건축을 제외하더라도 평수가 클수록 가격상승폭이 크다"며 "평당 생산단가가 오히려 낮은 큰 평형의 시장가격(상승률)이 더 큰 것은 그만큼 수요에 비해 대형 평형의 공급이 모자란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이 오르면 추가 상승을 겨냥한 투기 수요가 늘게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공급이 부족한 곳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고 (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기 부작용에 집착해 공급확대를 추진하지 않는 것은 공사 중에 빚어지는 교통혼잡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지하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