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이후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주택을 취득할 경우 다주택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지난 7월부터 해외부동산 취득 제한도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의 경우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전문 중개업소는 물론 일선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도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 매입에 나서겠다는 고객들의 움직임은 뜸하다. 8일 해외 부동산을 알선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들어 미국이나 캐나다 쪽에 괜찮은 매물이 나왔는지 물어보는 고객들은 다소 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움직일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포스코센터 PB팀장은 "국내 부동산엔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부동산 투자자들은 은밀하게 거래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움직임을 파악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데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굳이 드러내놓고 해외에 투자하겠다는 고객은 별로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해외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취득자격 요건이 완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살 만큼 산 상태"라고 말했다. 함형길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 PB팀장은 "상당수 고객들의 관심은 국내 다주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있다"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난 후 해외부동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부동산 중에는 전통적으로 선호되던 미국 캐나다 외에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 해외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본 부동산이 살아난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 도심의 괜찮은 물건을 선매수하겠다는 고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박상준 우리은행 대치동지점 부지점장은 "중국의 경우 지속적인 도시개발 호재가 있는 데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값이 아직도 국지적으로 급등세"라며 "취득제한 완화로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본인 이외에 배우자가 외국에서 2년 이상 체류할 경우에도 50만달러까지 해외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본인에 한해 30만달러까지만 가능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