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답이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술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마시지 말라' 내지 '덜 마시라'는 쪽의 주장은 지나친 음주가 개인과 나라 모두를 망친다는 것이다. 사고나 질병 등 술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만 연 14조5000억원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술,특히 "소주 한 잔의 힘은?"이라는 물음에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인 대다수는 속이 타 미칠 것 같을 때,슬플 때와 기쁠 때 할 것 없이 소주를 찾는다. '소주 한 잔'은 적을 친구로도 만들고,없던 힘도 생기게 하고,평소 같으면 죽었다 깨도 못할 일을 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황동규 시인의 시는 술의 이런 마력을 전한다. '오미자 한 줌에 보해소주 30도를 빈 델몬트 병에 붓고/익기를 기다린다/아,…/내가 술 분자 하나가 되어 그냥 남을까 말까 주저하다가 부서지기로 마음먹는다/가볍게 떫고 맑은 맛!/욕을 해야 할 친구 만나려다/전화 걸기 전에/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이삿짐센터의 62세 노인/술 없이는 힘 못쓰는/그러나 아직 얼굴 고운/피아노 밑에 혼자 들어가/힘을 쓴다/아 힘이 보인다,힘이 일어선다. 환해지는 그의 근육!…/떨리며 춤추는 피아노의 무게/어느새 곤돌라에 실려 있는 피아노….' '너 죽은 날 밤/ 차 간신 몰고 집에 돌아와/술 퍼마시고 쓰러져 잤다/아들의 방/아들이 밤중에 깨어보니/내가 화장실에서처럼/소변 보고 있었다/태연히/그리곤 방을 나가 화장실에 누웠다/태연히.' '오미자술''이사''너 죽은 날 태연히'라는 3편의 시는 '술을 왜 마시느냐'고 묻는 사람들에 대한 답처럼 보인다.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60병 이상 마신다는 소주의 세율 인상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소주의 세율은 1968년 30%에서 72년 35%로 오른 뒤 28년 동안 그대로였다 2000년 72%로 높아졌는데 정부와 여당이 이를 90%로 올린다고 했다가 서민의 술이라는 여론에 부딪치자 여당은 철회하겠다,정부측에선 그럴 수 없다고 하는 마당이다. 글쎄,세금이 올라 값이 오르면 덜 마시기는커녕 열 받아서 더 마시게 되진 않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