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이수일 위원장 등 10여명의 조합원은 '단결 투쟁'이라고 쓴 붉은 머리띠를 매고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5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부적격 교원 퇴출 대책을 철회하라는 게 요구사항이다. 또 교원평가제 대신 교사 수업시간을 더 줄여주고 교사를 더 뽑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김진표 교육부총리 퇴진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큰 목소리에 반해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무표정하게 혹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민은 "자기네 선생들 실력 없어도 자르지 말라는 거 아니에요?"라며 혀를 찼다. 단지 몇몇 취재진이 그들 주변에서 방송용 카메라로 근접 촬영하고 바쁘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알고보니 전교조 소속 기자들로 자체 선전용 방송이나 신문 제작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만의 '행사'는 그렇게 금세 끝났고 조합원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교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안정된 직업이다. 교장직에 대한 욕심만 없다면 평생 연수 한번 받지 않고 62세 정년을 채울 수 있다. 이렇다보니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비리가 적발돼도 교단을 떠나는 교사는 거의 없다. 최근 3년 간 성적조작,촌지수수,성추행 등으로 징계받은 교사는 190명이지만 이 중 중징계는 35%인 66명에 불과했다. 또 중징계를 당하더라도 대부분 감경받아 3~5년이 지나면 교단에 다시 설 수 있다. 전교조측 주간지인 '교육희망'이 지난 4월 성인 5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조차 70%가 넘는 응답자가 교사평가제에 찬성한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교사 사기 저하,교사간 불신만을 초래할 교원평가제 대신 교원을 더 많이 뽑고 수업시간을 줄여주면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홀로 목소리를 높이는 전교조가 차라리 딱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