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파산서 회생 급선회..살려서 파는게 채권회수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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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공사(KAMCO) 등 채권단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 있는 동아건설을 법정관리로 돌려 기사회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파산 진행중인 기업의 회생은 유례 없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채권단이 회사를 살리기로 극적 방향 전환을 한 것은 동아건설 생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 우발채무 문제가 해결된 게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우발채무가 해결됨에 따라 동아건설의 브랜드와 원전기술 등을 확보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나서기 시작했고,따라서 파산보다는 M&A(기업인수합병)에 맡기는 쪽이 채권 회수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법원도 "채권단이 회생을 요구하는 데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극적 회생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열쇠 쥔 법원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이 안됐지만 파산 상태에서도 채권단이 회사를 M&A 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전례는 없지만 KAMCO가 추진하고 있는 사전정리계획안 제출방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또 "채권단이 회사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법원이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채권단이 합의를 거쳐 믿을 만한 투자자를 유치하면 허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KAMCO측도 이 회사를 회생시킬 경우 채권자들은 채권 회수율이 올라가고 동아건설이라는 브랜드와 고용이 유지되는 '윈-윈'이 가능한 만큼 법원에 충분한 명분이 주어지는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동아건설 노조 등이 화의 또는 법정관리를 추진했음에도 채권단의 반대로 법원이 파산결정을 내렸지만,이번에는 채권단이 직접 회생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확실한 투자자까지 나서고 있으므로 예전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는 것.
남은 과제는 법원을 설득하기 이전에 채권단 내에서의 합의가 선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초 동아건설 채권 1조1000억원어치를 인수한 최대 채권자인 골드만삭스 입장에서도 파산배당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면 법정관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동아건설 찾는 투자자들
당초 KAMCO는 동아건설 채권을 매각할 계획이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따른 우발채무로 인해 M&A가 불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리비아공사를 대한통운으로 넘겨 이 문제가 해결되자 동아건설 인수를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M&A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업계에는 B사,D사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견건설업체는 동아건설을 인수하면 토목공사 능력과 원전건설 기술,브랜드 가치를 함께 가져감으로써 단번에 상위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KAMCO는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 중 3~4개 후보군을 선별한 뒤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사전정리계획안을 작성한 후 파산중단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대우종합기계 뉴코아 쌍방울 등 대형 기업 M&A를 성공적으로 이끈 KAMCO가 최초로 파산 중인 회사 M&A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환위기 전후 부도난 대형 건설업체 가운데 파산이나 청산된 회사가 없다는 점도 동아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