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간이 좋지 않아 걱정하던 이명호씨(47)는 최근 적립식펀드를 환매해 부인과 함께 '면역세포은행'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평생회비가 1인당 600만원에 달했지만 암에 걸릴 경우 냉동 보관된 '면역세포'가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된다는 말을 듣고 선뜻 세포보관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씨는 "5년 전 암보험에 가입하기는 했지만,진짜 암에 걸릴 경우 치료비보다 완치될 수 있을지가 더 걱정 아니냐"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씨처럼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면역세포은행은 생긴 지 1년 만에 회원이 500명을 넘어섰고,한 달에 100만~200만원의 회비를 받는 '노화방지클리닉'에는 현직 국회의원,대기업 CEO,연예인 등이 몰려 성업 중이다. 주치의 개념의 '전문 헬스케어 서비스'도 등장,1년에 1200만∼4800만원(정기 건강검진 포함)의 회비를 받고 있지만 수요가 꾸준히 늘어 개원의와 임상전문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의료계의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면역세포은행'은 건강할 때의 혈액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구를 채취·분리해 향후 암 등 불치병에 걸렸을 경우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하 196도의 질소탱크에 냉동 보관하는 서비스다. 코스닥 기업인 이노셀이 '라이프셀뱅크'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주고객은 부유층과 연예인들.술을 좋아하기로 연예계에서 소문나 있는 임호 김세준 최재원씨 등이 이'은행'에 면역세포를 보관하고 있다. '양심추적' 리포터인 탤런트 최재원씨는 "아무래도 몸이 가장 큰 재산이고,바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건강이 늘 걱정"이라며 "연예인 축구단 활동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면역세포를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이노셀 대표(임상병리과 전문의)는 "자신의 '면역세포'를 사용하면 항암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며 "최근 가입자 중 처음으로 암 환자가 발생해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회원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적인 노화 방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화방지클리닉'도 인기다. 정밀진단을 통해 환자의 노화 상태를 측정하고 이에 따른 맞춤 처방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식품 형태의 건강보조제에서부터 호르몬 주사,피부 재생 및 노화 방지,간 해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춰 놓고 회원제로 운영한다. 최재호 미퍼스트클리닉 원장(신경과 전문의)은 "추석선물로 부모님을 가입시켜 드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주에만 '신체 노화방지'와 '피부 노화방지'프로그램을 모두 합쳐 20여건의 신규 환자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주치의 개념의 '평생 건강관리 서비스'는 평소에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 주는 것은 물론 만일의 경우에 대비,국내 분야별 전문의와 해외 유명 병원에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고 있다. 마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강모씨는 "차별화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현실은 모든 병·의원이 동일한 '의료수가'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고가의 변형된 의료서비스 바람이 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