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9일 "당분간 연정 얘기를 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정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대신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본격적으로 제기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고,한나라당은 "시기 상조"라며 당장 협상에 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연정에 이어 또 한번의 여야 간 대립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정 수면 아래로 노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 방문 특별기 안에서 59회 생일을 맞아 기자들과 잠시 환담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정 얘기만 안하면 돕는다고 했고,(나도) 같은 얘기를 계속 할 수 있겠느냐"며 연정 논의의 한시적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청와대 측은 '당분간'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연정의 기본정신인 지역구도 극복의 화두는 중단되거나 없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만수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제기했던 대연정,초당내각 제안을 당분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역구도 극복과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위한 방안으로서 연정의 문제제기는 이후 적절한 계기와 시기에 다시 계속하는 문제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연정을 접고 소연정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면서 "대연정을 매듭짓고 다른 야당과 '무엇을 한다'이런 식으로 봐도 안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은 한목소리로 "연정론은 끝났다"며 종지부를 찍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 논란 노 대통령의 언급이 있자 열린우리당은 담론 수준이었던 연정 논의를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구체적 이슈로 전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다음달까지 당 정개특위 차원의 선거구제 개편안을 마련하고,민주노동당·민주당과 조율을 거쳐 정기국회 폐회 전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등 상식을 뛰어넘는 무모한 일을 한다면 국회는 파행"이라고 경고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선거구제 개편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그때가서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해서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허원순 기자·홍영식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