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멕시코와 체결에 실패한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이를 보완할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이라는 우회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FTA가 전면적인 무관세를 원칙으로 특수한 품목에 대해 예외적으로 관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데 비해 SECA는 양국이 합의한 품목만을 대상으로 관세를 철폐한다는 점에서 FTA보다 교역자유화 수준이 낮은 협정이다. ◆'꿩 대신 닭,FTA 대신 SECA' 정부가 멕시코와 교역 확대 발판으로 SECA 추진이라는 대안을 선택한 것은 이미 멕시코와 FTA 체결에 성공한 일본과의 시장경쟁에서 마냥 밀려날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국은 멕시코와 지난 2000년 5월 FTA협상 준비를 시작해 2002년 7월 FTA 타당성 연구에 합의하는 등 순항을 보이다 2003년 11월 멕시코가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암초에 부딪쳤다. 멕시코 정부가 당시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 43개 주요국들과 FTA를 체결함에 따라 더 이상의 협정은 무리라는 '속도 조절론'이 국내에서 강하게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나친 동시다발 FTA 체결로 외국산 제품이 멕시코 시장을 휩쓸 기미를 보인 데 대한 경계론이 대두됐던 것. 4대 무역흑자 대상국인 멕시코에 '일격'을 맞게 된 한국이 끈질긴 설득 끝에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SECA다. 멕시코는 특수한 몇 개 품목에 대해서만 관세를 철폐하는 PTA(특혜무역협정)를 대안으로 내놓았지만 한국은 그보다 자유화 폭이 한 차원 넓은 SECA 체결을 요구,양국 정상회담의 메뉴로 합의한 것이다. ◆멕시코 업계 설득이 관건 한국 정부는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멕시코가 일본과 맺은 FTA협정이 올해 4월 발효됨에 따라 현지에서 전자제품 수출이 감소하는 등 국산 제품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는 다만 일본과 멕시코가 FTA 협정에서 자동차 자동차부품 타이어 철강제품 등에 대해 관세철폐 유예기간(5∼10일)을 두기로 한 것과 관련,SECA를 통해 그 틈새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코 업계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SECA란 명칭을 사용하지만,실제 내용은 전체 품목의 90% 정도를 개방할 수 있도록 사실상의 FTA에 가까운 협상을 벌이겠다는 설명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내년 대통령선거 등 멕시코 내부 사정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 협상은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멕시코가 과거 칠레 우루과이와 SECA를 거쳐 FTA로 이행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