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유학간 자녀를 둔 A씨.


추석을 앞두고 김치를 보내고 싶은데 해외로 소포를 부치는 게 처음이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DHL,UPS,Fedex 같은 외국계 항공특송 회사나 우체국EMS를 이용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곧바로 떠오른 의문.


"어느 회사를 이용해야 빠르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실험에 나서기로 했다.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콜센터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지난달 30일 오후 3시,각 특송회사에 미국 뉴욕으로 포장김치 1㎏씩을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UPS는 배송 속도,우체국EMS는 가격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DHL은 수취인의 만족도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페덱스는 '김치는 미국 당국의 검역 기준 강화로 배달 불가'라고 해 실험에서 제외했다.



주문 시작!


"김치를 보내려고 하는데요,어떻게 하면 되죠?" UPS와 DHL 콜센터 직원은 미국 식품검역소의 상황에 따라 통관 지연이나 반송 가능성 등이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송장 작성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DHL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내려받으면 되고 UPS는 팩스로 서류를 보내왔다.


주문한 지 1시간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DHL,UPS 배송직원이 거의 동시에 찾아왔다. 송장을 서투르게 작성한 탓에 직원들이 필요한 사항을 추가하더니 김치의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말해준다. UPS 7만7400원. DHL은 7만6035원이다. 8월30일 오후 5시 픽업 완료.


우체국EMS의 경우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김치는 특수포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우체국으로 직접 가야한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 다음 날인 31일 오후 4시께,서울 중앙우체국에서 포장을 대행해 주는 민간업체에 포장료 5000원을 주고 5시에 포장김치를 우체국 직원에게 넘겼다. 가격은 2㎏(포장김치 2개)인 데도 5만6000원으로 외국특송보다 싸다.



도착


각사 인터넷 홈페이지의 위치추적서비스(접수부터 최종 수취까지의 주요 시간을 알려준다)에 나타난 접수부터 도착(1차 방문)시까지의 시간을 조사한 결과 UPS가 54시간으로 가장 빨랐다. DHL이 57시간, 우체국EMS는 하루가량 늦은 77시간이 걸렸다.


배송물품의 최종 상태 및 서비스는 DHL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받을 사람이 없자 문 앞에 놓고 가도 되면 서명을 해서 쪽지를 남겨달라는 메모를 붙여놨더라구요. 'OK' 사인을 남겼더니 다음날 2차 발송 때 튼튼하게 포장된 상태로 문 앞에 놓여 있었어요. 내용물도 온전한 상태였구요."


우체국EMS도 애를 먹였던 특수포장 덕에 수취인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에 비해 UPS는 최종 배송 서비스 면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상자조차 없이 얇은 비닐로 포장이 돼 있었고 방문시 수취인이 없자 메모도 남기지 않고 그냥 놓고 갔더라구요. 김치는 터져서 쉰 냄새 풍기고 있었구요."


네티즌들은 우체국EMS에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총 1642명이 참가한 선호도 조사에서 우체국은 990명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아이디 'mjy100'은 "가격이 저렴하고 접수처가 많아 우체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해당회사들의 설명


UPS에 비해 배송시간이 늦은 데 대해 DHL코리아측은 "김치와 같은 식품의 경우 미국 세관의 통관 과정에서 무작위로 내용물 확인이 있을 수 있어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서류를 보낼 경우에는 어느 회사보다 빠르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수취인 불만족에 대해,UPS측은 "자체 규정에 따라 직원들에게 수취인 서명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포장이 파손된 것은 통관 절차 중 간혹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UPS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해 왔다.


박동휘·차기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