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궈 약재시장은 한국에서 한약재 무역을 하는 상인이 반드시 거치는 관문입니다." 안궈시에서 지난 98년부터 한국과 미국에 약재를 수출하는 무역업을 하는 명성약재의 윤영호 사장(53)은 "이곳 시장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한국인"이라며 "기업인은 물론 한의대생 등 연간 1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90년대 중반부터는 안궈에 상주하며 사업을 하는 한국 상인들이 생겨났지만 현재 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나라 때도 베이징에서 이곳까지 와 약을 가져갈 만큼 유명했지만 외국인들과 거래하는 질서가 잡힌 건 오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곳은 택시조차 없어 삼륜 자전거가 택시 역할을 하는 등 불편한 점도 적지않다고 덧붙였다. 자신도 가족을 한국에 두고 혼자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접고 약재 사업을 하다가 한.중 수교 전인 지난 89년부터 홍콩을 통해 중국산 약재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애로도 많았다고 한다. "매매계약을 맺은 뒤 약재가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는데도 한국에 가서 받아보면 싸구려 약재가 들어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죠." 윤 사장은 2000년까지만 해도 경동시장 등 한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한약재의 80~90%가 이곳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톈진 항구가 3시간 거리에 있는 등 내륙 쪽에 깊이 들어가 있는 다른 약재시장에 비해 해외수출에 유리한 이점이 있다"며 "그러나 중국 교통이 발달하면서 다른 약재시장으로 고객이 분산돼 지금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한약재의 절반 정도를 이곳에서 공급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약재나는 곳이라면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는 윤 사장은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품질이 훨씬 좋은 약재가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한국상인들이 지나치게 싼 가격을 요구해 저질 약재가 많이 수입되기도 했지만,품질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 저질 약재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사장은 "이곳에 약재 가공공장도 세워 중국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궈(허베이성)=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