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갑 < 특허청장 jongkkim@kipo.go.kr >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의 장렬한 전사 장면을 끝으로 종영됐다. '이순신'은 올해의 키워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21세기 새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탁월한 위기극복 능력과 적극적인 인재등용책은 요즘 CEO들의 성공 십계명처럼 회자되고 있다. 23전 전승(全勝)의 대업,그 위대한 성취 뒤에는 완벽한 정보 수집을 위한 치밀한 준비가 숨어 있었다.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미리 32척의 초탐선을 띄워 적의 동태를 살핀 후 불과 13척의 전선으로 왜선 133척을 무찔렀고,울돌목의 조수간만을 미리 파악하여 왜선을 격파하는 철두철미함을 보여주었다. 오늘날 정보의 중요성은 휠씬 더 커졌다. 더 많이,더 빨리,더 가치 있는 정보를 가지는 자가 승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의 경우 기술의 수명 주기가 계속 짧아지고 있어 빠른 정보 입수가 관건이며,발명가에게는 기왕에 나온 특허 정보의 분석 활용이 연구 성공을 좌우하고 있다. 특허 명세서에는 새로운 과학기술 정보의 75% 이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기업,국책연구소,대학들이 연구개발 과정에서 특허정보 활용을 소홀히 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 연구원의 44%만이 선행 특허정보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원들은 주로 문헌 조사를 통해 과학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18%만이 특허 동향을 통해 과학기술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시간과 연구자금을 투자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뒤늦게 이미 특허된 기술임을 알고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미리 특허 동향 분석을 했더라면 남이 선점하지 않은 블루오션을 찾아 절대우위의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초가삼간이라면 눈대중으로도 지을 수 있겠지만 지능형 건물을 짓겠다면 공사비의 30%를 설계비에 쓸 각오가 돼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허정보 분석을 포함한 연구기획에 총 연구자금의 5% 정도는 할애토록 해야겠다. 시의적절하고 유용한 정보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고 기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불패신화를 가능케 했던 주도면밀한 정보 활용은 400년의 시간 차를 뛰어넘어 우리시대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 있는 '불멸의 교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