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장(場)에서 주연이 수석대표라면 그 이외의 등장인물은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연이 항상 조연보다 더 비중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과거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경우 부여받은 `실권'의 범위가 협소해 그 역할이 축소됐을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통상 6자회담은 수석대표들의 `가닥잡기'에 이어 차석대표를 포함한 실무진들이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실무진에서의 협의를 바탕으로 수석대표가 합의를 도출하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조연의 움직임을 잘 포착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1단계 회담에서 가장 빛났던 조연은 의장국인 중국의 추이텐카이(崔天凱) 외교부 아주국장이었다고 한다. 7월26일부터 13일간 열린 1단계 제4차 6자회담에서 중국이 내놓은 네 차례의 초안은 모두 추이 국장의 작품이며 남북한과 미국, 일본, 러시아 5개국 대표들이 그의 적절한 단어 구사에 혀를 내둘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해 다소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추이 국장은 능통한 영어실력으로 맡은 업무를 상당히 매끄럽게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는 달리 조연으로 인해 회담이 원활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다. 차석대표인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북미국장과 미국의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대사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둘이 만난 자리에서는 늘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리 국장은 차석대표 회의에서 전형적인 관료 스타일로 꼼꼼하게 따지는 디트러니 대사와 수시로 말싸움을 벌였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감정 대립으로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 지 우리 정부는 1단계 회담을 평가하면서, 차석대표 회의에 너무 많은 위임을 줬던 것을 전략적 실수로 꼽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대표단의 박선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국장의 역할도 눈에 띈다. 젊은 축에 속하는 박 국장은 1단계 회담에서 연배의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선에서 리 국장의 `오버 액션'에 대해 패기있게 문제 제기를 했고, 이로 인해 리 국장은 가능하면 박 국장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표단의 수석과 차석대표 간의 스타일 차이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북일수교 노력을 포함한 대북접촉에 적극적인데 비해 차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심의관은 이보다는 대북 압박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차이는 사사에 국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사이키 심의관은 차기 총리로 지목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뒷 배경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