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2동에 사는 이지윤씨(56·여·가명)는 요즘 시립동작노인종합사회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식사를 나눠주고 설거지를 돕고 있다. 이씨는 최근 동작구가 운영 중인 '동작자원봉사은행'에 쌓아둔 자원봉사 활동실적(총 296시간)을 인출,가사 보조 서비스에 사용했다. 비탈길에서 넘어져 생긴 왼쪽다리 골절상으로 집안 일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다른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 동작구는 99년 '품앗이 자원봉사은행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동작자원봉사센터에선 자원봉사 시간을 '예금'할 수 있는 '사랑나눔 통장'을 발급한 뒤 자원봉사 시간을 일일이 적립한다. 봉사자는 필요할 때 인출을 요구,다른 봉사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회원 2만2000여명이 모두 62만8000여 시간을 적립해 놓고 있다. 이 중 인출된 시간은 255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량 고객이 많다는 얘기다. 동작자원봉사센터 오은경 팀장은 "실제 봉사시간을 돌려받을 생각으로 오는 봉사자는 거의 없다"며 "자원봉사은행 제도가 자원봉사하는 분들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역주민 간 유대감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올해 말 노량진동에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의 자원봉사센터 건물을 완공해 더 많은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품앗이 자원봉사 전국으로 확산 동작자원봉사센터가 올해로 설립 6년째를 맞으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한 달에 3∼5차례 지자체들이 견학이나 문의를 해오고 있다. 서울 도봉구와 서초구는 동작봉사은행 제도를 벤치마킹,자원봉사에 포상체계를 도입한 '자원봉사 마일리지 카드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각 시·군이 수작업으로 관리하던 자원봉사 현황을 전산화하면서 자원봉사은행 제도를 도입했다. 경기도청 내에 서버를 두고 31개 시·군의 자원봉사센터를 포털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4만명이 넘게 등록해 도내 등록 봉사자 수가 2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전시와 충청남도도 최근 자원봉사 은행을 도입하는 등 전국 50여개 지자체가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시민들 사이에 자원봉사는 특별한 때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 가운데 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