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脈]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오너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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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재계의 색다른 '실험'이 눈길을 끈 적이 있다.선박엔진용 주조분야 경쟁업체인 LS전선과 삼양중기가 손을 잡고 두산엔진과 함께 3각출자 형태의 선박용 주조전문업체 '캐스코'(자본금 140억원)를 출범시킨 것.경쟁업체끼리 손을 잡은 것도 보기 드문 일이지만 초대 사장을 50%의 지분을 투자한 LS전선이 아니라 2대 주주(37.7%)인 삼양중기가 맡은 점도 이례적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합작법인 출범식에 사이좋게 모습을 비친 LS전선의 구자열 부회장과 삼양사 김윤 회장을 보자 사람들은 무릎을 쳤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72학번 동기로 둘도 없는 단짝친구.고려대의 학풍을 특징짓는 끈끈한 응집력을 보여주듯 두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허물없는 사이를 유지해오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워낙 잘 알고 있고 평소에도 어울리는 사이라서 이번 합작법인 대표도 지분 비율보다는 사업을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춰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오너 경영자들 가운데 고려대 경영학과가 배출한 인맥은 상당히 탄탄한 편이다.
이들은 동문의식이 유달리 강한 고려대 학풍에 같은 학과라는 친밀성까지 더해 평소 경조사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물론 사업 동반자로까지 관계를 확대하는 등 재계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직 오너 경영자 가운데 학번이 가장 빠르기로는 삼양인터내셔널의 허광수 회장(66학번)이 꼽힌다.
허 회장은 특유의 보스 기질을 앞세워 동문 모임에서 좌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70년대 학번 가운데에는 70학번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지금은 전문 경영인으로 변신한 71학번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맏형 격이다.
나름대로 기업실적이 탄탄하고 규모도 갖추고 있어 후배들이 잘 따른다는 평이다.
이어 구자열 LS전선 부회장과 김윤 삼양사 회장이 72학번 동기로 허리 역할을 하고,이웅열 코오롱 회장(75학번)이 뒤를 받치고 있다.
이 회장은 구 부회장의 3년 후배지만 구 부회장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때 함께 학교를 다녀 가까운 편이다.
80년대 학번 중에서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80학번)이 가장 선배 격이다.
정 회장은 학과 선배인 이웅열 회장,김윤 회장과는 대학 입학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
특히 이 회장과는 유치원 시절부터 가깝게 지냈던 터라 지금도 부담 없이 만나 식사를 함께할 정도다.
김윤 회장과는 큰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김 회장의 부친인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과 친분이 두터워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다고 한다.
현대가(家) 2세 경영자 중에서는 정몽진 KCC금강고려화학 회장이 79학번으로 정 회장의 1년 선배며,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도 경영학과 89학번이다.
이들 경영학과 출신 오너 경영자는 공개적으로 별도의 모임을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소 친분에 따라 선후배나 동기끼리 골프를 하거나 식사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동문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인적 화합을 중시하는 국내 사업환경과 맞아떨어져 고려대 경영학과 인맥들이 주목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