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멕시코와 SECA로 만족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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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SECA협정은 무역자유화의 수준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늦게나마 우리 기업들의 교역 여건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협정 체결을 가능한한 서두르고 내용 또한 FTA에 근접하는 수준에서 타결될 수 있도록 멕시코측을 설득하는 일이 남은 과제일 것이다.
SECA는 양국이 합의한 품목에만 관세를 철폐한다는 점에서 전면적 무관세 원칙 아래 예외적으로 관세를 적용하는 FTA와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외국과 체결한 적이 없는 SECA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마디로 FTA체결을 미적거렸던 탓이 크다.
이미 유럽연합(EU) 등 43개 주요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 정부가 지난 2003년 말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더 이상의 FTA체결은 보류한다고 선언해버렸기 때문이다.
FTA 체결에 늑장을 부린 탓에 지불하고 있는 대가는 대단히 크다.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인 멕시코 시장에서 자동차 전자 휴대폰 등 주요 한국상품의 점유율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FTA가 체결된 다른 나라 제품은 무관세로 수입되는데 우리만 고율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으니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의 FTA'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개방의 폭을 최대한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일은 다른 국가들과의 FTA 체결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잊어서는 안될 것은 타이밍의 중요성이다.
정부는 현재 FTA 부문에서 뒤진 현실을 의식해 다양한 국가들과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자칫 방만하게 일만 벌이다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최근 중국과 아세안 사이의 FTA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이들 시장에서의 한국 상품 입지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이런 걱정은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일본 중국 아세안 등 제반 국가들과의 협상과정을 전면 재점검하면서 추진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FTA 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