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씩이나 불법으로 생산라인을 멈춘 구속 해고자를 복직시켜 달랍니다.뿐만 아니에요.노조원이 부과받은 벌금까지 회사가 대신 내라고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 노사 협상 과정을 지켜본 기아자동차의 한 임원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단체협상 시기가 아닌 데도 노조가 임금협상안 외에 무더기로 특별요구안을 들고 나와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차 노사가 한 발씩 양보,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지은 것과 달리 기아차 노조는 지난 9일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되자 12일에도 주야 4시간씩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7월 이후 협상은 제자리 걸음이다. 물론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노조가 제시한 9개의 특별요구안이다. 요구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기막힌 내용들이 많다. '행위자 책임의 원칙'이라는 사법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벌금 대납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노조원 70여명은 올 들어 생산라인 가동을 불법으로 중단시키고 기물을 부숴 법원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벌금을 회사가 대신 내라는 주장인 것이다. 해고자 복직 요구도 임협과는 관계가 없는 사안.노조가 복직을 요구하는 해고자 김모씨는 2003년 말 나흘간 5차례에 걸쳐 70여시간이나 생산라인을 무단으로 멈추게 만들어 회사에 685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혔고 경찰관까지 폭행해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인물이다. 고정 잔업 확보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 건은 일감이 없어도 무조건 월 40시간 잔업을 한 것으로 인정해 급여로 지급해 달라는 주장이다. 임금 인상 요구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09억원.현대차(7806억원)의 19분의 1 수준이다. 회사측이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기본급 대비 6.5%)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못 받아들이겠다"고 버티고 있다. "현대차보다 실적은 형편 없는데도 임금은 같은 수준으로 올려받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 협력업체 대표는 "기아차의 습관성 파업에 부품업체만 죽어나고 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이건호 산업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