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본토 냉면으로 일본의 입맛을 사로잡겠습니다." 냉면 전문기업 청수식품의 창업주 후손인 박준상 일본 지사장(40)이 일본 GMS(대형 슈퍼마켓) 1위 업체인 이토 요카도에 냉면을 공급키로 계약해 '면' 본고장인 일본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씨는 일왕제에 대한 논문으로 사학 명문 메이지(明治)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특이 경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도 냉면이 두세 종류 있지만 두께나 맛 등에서 우리 냉면에 비해 한 수 아래이지요." 위생 기준이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뚫기까지는 역경이 많았다. 2004년 10월께 일본 최대 식당형 가라오케인 시닥스와 계약을 맺고 303개 매장에 제품을 납품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제품 봉지에 유효기간을 나타내는 문구가 비뚤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일본이 위생관리에 얼마나 철저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이토 요카도와의 계약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데 1년여가 걸렸고,이 기간 박씨가 면담한 횟수만 200여번에 달했다. 박씨는 지난 92년 단돈 3만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접시닦이,신문배달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며 유학생활을 했다. 일왕에 대한 연구를 학위 과제로 삼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메이지대 정치학과 석사과정에 수석으로 합격했지만 교수들 반대로 입학이 취소된 것. 하지만 결국 메이지대 120년 역사상 31번째 박사학위를 받아냈다. 한·일 양국 교단에서 많은 제의를 받아왔던 박씨는 청수식품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사업가로 변신했다. "일본을 알기 위해서는 일왕부터 알아야 합니다." 박씨는 냉면의 명가 전통을 일본에서도 '꽃피우는 것'이 청수식품 가족으로서의 의무이자 포부라고 강조했다. 도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