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G베어링코리아 전주공장은 노사화합을 밑천으로 '알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공장은 가전제품에서 자동차용에 이르기까지 각종 베어링을 생산해 연간 10%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때 이 공장도 심각한 노사 대립과 갈등을 겪었다. 1989년 공장이 설립된 이후 싹터온 노사 간 불신은 1990년 초반부터 줄파업으로 이어졌다. 노조도 해마다 노조 위원장이 교체되는 등 '노노갈등'에 시달렸다. 공장이 사분오열되면서 적자는 늘어만 갔다. 합작사인 독일 FAG도 보다못해 지분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은 노사 간 의사소통과 신뢰 덕분이다.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의 전환도 한 몫 했다. 1994년 한화가 공장을 인수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도 대립적 노사관계의 청산이었다. 회사의 경영상태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이익이 난 만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또 생산과 판매 작업일수 등의 경영·생산계획 수립과정과 점검회의 때마다 노조대표를 참여시켰다. 여기에 전사원 대상 정기 간담회를 비롯 사원 아파트 간담회,축구 볼링 등 동호회,사원가족 초청 간담회 등 끊임 없는 의사소통을 통한 노사 간 신뢰구축에 온힘을 기울였다. 노조도 회사의 노력에 화답했다. IMF 때 자발적으로 상여금을 반납해 회사경영을 도왔다. 지금은 불우이웃돕기와 자원봉사 환경보호운동 등에 적극 나서 지역사회에서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면서 1998년 한국을 떠났던 FAG가 다시 한화와 합작한 데 이어 2003년 FAG가 한화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순수 외국인투자회사로 재출범했다. 이용칠 노조지부장은 "외국자본은 경쟁력이 없으면 언제든지 떠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며 "좀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상생의 노사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종우 공장장도 "15년간 회사이름이 무려 5번씩이나 바뀌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젠 노사화합이라는 든든한 자산이 있어 세계 최고의 공장이 되기 위한 꿈이 실현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