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도농공장은 '18년 무분규사업장'으로 상생의 노사관계 모델 기업이다. 이 회사는 특히 올해 동종업계에선 처음으로 '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한편 노사 간 신뢰구축의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마다 노사 간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던 임금협상을 제도화해 다툼의 소지를 원천 봉쇄키로 한 것. 올해는 목표 영업이익을 540억원으로 설정,초과 달성분을 재원으로 기본급의 50~350%를 부서별 개인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 2000년 내부승진으로 CEO(최고경영자)직에 오른 정수용 사장이 제도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의 '열린경영'은 매달 한번씩 갖는 'CEO와의 데이트'시간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 사장이 특정부서를 데이트 상대로 정하면 관련 이벤트는 이 부서가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장성윤 홍보팀장은 "찜질방에 함께 들어가거나 이종격투기나 영화 등을 관람하고 난 뒤 호프집 같은 데서 사장과 직원들이 흉허물 없이 애로사항을 나누는 시간"이라며 "데이트가 벌써 4년째 접어들 정도로 빙그레를 상징하는 정겨운 노사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노사 간 굳건한 신뢰관계는 공동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2002년부터 노사가 함께 한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운동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는 몽골로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지난 7월9일 몽골 수흐바타르 지역에서 6채 입주식을 가졌으며,몽골 사람들은 이를 '코리아타운'으로 부르고 있다. 이 밖에 업계 최초로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노사 단합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비도 있었다. 1987년 IMF에 준할 정도의 실적악화로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했다. 하지만 이후 실적이 호전됐음에도 회사는 상여금 지급을 거부했으며,이에 노조원들이 임금체불로 회사를 고발한데 이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켰다. 유통기간이 짧은 유가공 업계의 특성상 생산라인 가동중단은 엄청난 매출손실과 신인도 추락을 초래해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듬해부터 노사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현재 빙그레는 50%대의 부채비율 등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도 역대 최고 수준인 10.2%에 합의,원만한 노사관계를 대내외에 자랑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