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1일 총선에서 개혁을 선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후 60년과 자민당 창당 50년을 결산하는 9·11 총선에서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단독으로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압도적인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개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이즈미는 이번 총선에서 '397세대(70년 전후에 태어나 불황기인 90년대 대학을 나온 30대)'를 비롯한 젊은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개혁을 통한 일본 구조 개선'이라는 선거공약을 적극 구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밤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총선 대승은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다"며 "4년4개월간 총리로서 다양한 개혁을 추진해왔던 데 대해 국민들이 지지로 화답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이즈미 정부의 정책기조는 총선 이후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등 야당은 정권 교체를 역설했지만,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들의 외면으로 참패해 앞으로 상당한 개편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식 개혁 본격화될 듯 고이즈미 총리는 우선 이번 총선의 최대 공약사항이었던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이달 22일께 특별 국회를 소집,10월 말까지는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참의원 내 우정공사 민영화 반대파들도 찬성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우정민영화 추진과 동시에 연금 재정 등 구조개혁을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반대했던 자민당 의원 22명 대부분도 여당이 승리할 경우 민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참의원에서의 법안 통과는 확실시된다. 고이즈미는 국회에서 민영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11월 중 자민당과 내각을 전면 개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가에서는 대승을 거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 연장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이날 이 같은 '임기연장론'을 부인,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보수 우경화 기조 강화될 듯 앞으로 고이즈미 정권의 보수 우경화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대외 정책에서는 집권 후 중시해온 미국과의 유대 강화 등 기존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한이 올해 말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는 다시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과 중국이 크게 반대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만 해도 고이즈미 총리는 유세기간 중 총리 재임 중 연 1회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또 고이즈미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일본의 보수 우경화 현상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의 재무장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 등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점치고 있다. ◆경제회복 기대 고이즈미의 승리로 경기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게 확실시된다. 고이즈미 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총선 전부터 일본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 '고이즈미 개혁'을 후원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닛케이 평균주가는 선거를 앞둔 지난 주말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2001년 7월 이후 4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앞으로 대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계기로 기업의 실적 호전이 이어지고,민간을 중심으로 소비시장도 살아나 연말께부터 본격적으로 경기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난주 일본은행은 연말께 디플레가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일본경제는 이른바 '잃어 버린 10년'으로 불려왔던 장기 불황을 끝내고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낙관론이 강하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