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으로 금융시장이 술렁이는 가운데,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들은 대체로 한국의 조기 금리 인상이 경제와 증시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아직 금리 인상을 견딜만큼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모건스탠리, 리먼브라더스, UBS, CSFB 등은 모두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일자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현재 약한 소비, 정부의 적대적 부동산 정책, 고유가 등에 시달리고 있는만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년 하반기까지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소비자기대지수가 94.8로 7월보다 다시 0.4포인트 떨어져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사실을 지적하며 여전히 내수 회복 전망이 밝지 않고, 수출 역시 내년 중국 경기의 하강과 함께 상승세가 꺾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리먼브라더스도 이달초 보고서에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년래 가장 낮은 2%에 머문 사실을 소개하고, 이처럼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당분간 통화 완화 정책(loose monetary policy)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리먼브라더스는 무역 통계수치가 예상보다 좋지만 이같은 수출 강세도 앞으로 고유가로 인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 역시 이달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의 경기지표 호조가 '기저효과'에 따른 것인만큼 아직 한국 경제는 금리인상을 견디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역시 지난 5일자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의 80% 이상에 변동금리가 적용되고 있으므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보다 신중할 것"이라며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그 시기는 올해말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외국계는 조기 금리 인상을 증시의 중요한 위험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대한 대표적 비관론자인 유동원 씨티그룹증권 상무는 "최근의 한국 증시 강세는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따라서 만약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이 축소된다면 연말 지수 목표치 1,000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JP모건의 이남우 전무(리서치헤드)는 한은 총재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대해 "이미 시장에는 조만간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만큼, 이번 발언은 증시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오히려 총재가 급격한 인상이 아닌 점진적인 상승 가능성을 얘기한 것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지난 8일 금리가 동결된 뒤 바로 다음날인 9일 한은 총재의 발표로 한국이 4.4분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며 발빠르게 한국의 금리 전망치를 기존대비 25bp 올려잡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