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12월 울산의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10만여평의 부지에 건립된 삼양사는 50년 전통의 긴 역사만큼이나 노사 관계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설탕의 대표브랜드인 삼양설탕(현 큐원)이 세대를 넘어서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도 화합정신으로 똘똘 뭉친 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설립 당시 5인이상 고용사업장이 16개(총 고용인원 240명)에 불과한 가운데 전체 고용인원의 절반이 넘는 136명의 근로자를 채용,울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울산 최초의 제조업체로도 유명하다. 울산시 남구 매암동 삼양사 울산공장은 노사관계란 개념조차 없었던 1966년 6월에 이미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지난 40여년동안 단 한차례의 분규가 발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노사간 상호 신뢰와 동반자적 관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그렇지만 노사 화합 전통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설립 당시 국내 100대 기업 중 1위에 올라서기도 했던 이 회사는 1960년대말 설탕에 이어 한천(寒天·우뭇가사리 가공품)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 당시 울산공장 주변에 공해 배출 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천연 한천의 건조처리가 불가능해져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이 때 노조는 창사 이후 가장 어려운 때를 겪으면서 회사 살리기에 두 팔을 걷어 붙여 위기에서 건져냈다. 회사는 사원들의 교육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재직 중에는 고도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퇴직 후에는 제2의 창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애개발(계획/전환) 프로그램을 도입,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압가스와 보일러 부문에서 이미 6명의 기능장이 배출된 데 이어 40여명의 근로자가 기술자격증을 따거나 연수 중에 있다. 또 노사협의회와 경영설명회, 고충처리제도 등의 활성화를 통해 노조측과 24시간 열린 경영 채널을 유지하면서 근로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삶의 질 개선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 회사가 시행 중인 제안제도에 거의 전사원이 참여하며 채택률도 95%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것도 노사간 두터운 신뢰에서 비롯된다. 사원 제안자들에게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9000여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고, 회사측에 64억원의 부가가치 효과가 창출됐다. 이 회사는 체험봉사활동을 전개하며 더욱 견고한 노사 화합 관계를 다지고 있다. 노사는 울산의 장애아 보호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 중증장애우들의 목욕봉사 및 청소 등을 하면서 서로의 흉금을 털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노사협력은 상복으로 이어져 삼양사 박종헌 사장이 지난 4월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3년 10월에는 노사화합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전봉길 울산공장장이, 2004년 10월에는 김종호 노조 위원장이 차례로 울산광역시 '산업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삼양사 울산공장은 40년 성상의 두터운 노사화합 연륜을 기반으로 고객에 이어 불우한 이웃과 상생하는 "나눔 경영'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