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도레는 양말제조업체다.


프랑스 퐁테뉴에 있는 이 회사는 150년 이상 양말을 만들어왔다.


한국에선 많은 양말업체들이 사양화에 못이겨 문을 닫았지만 이 회사는 지금도 건재하다.


종업원이 585명이나 되며 매출도 4억3500만달러에 이른다.


도레도레야말로 세계적인 양말전문업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양말만 만들면서 어떻게 150년간을 건재할 수 있었을까.


이 해답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이 회사는 항상 고가시장을 겨냥했다.


고급면사 고급실크 고급모직 등을 사용해 품질을 높이고 패션상품화해 고가로 판다.


다리의 모양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만든다.


테니스용 양말 하나를 생산하는데도 테니스코트가 △잔디 △하드 △클레이인지에 따라 미끄러짐 정도를 계산해 각 코트에 적합한 양말을 설계해낸다.


판매도 전문소매점과 고급백화점을 통해서만 내보낸다.


둘째는 고객이 사고싶어하는 제품을 항상 갖춰두는 전략을 편다.


도레도레는 현재 3500여가지의 양말을 생산한다.


어느 점포에서든 특정양말을 사고 싶어하면 이틀 이내에 보내주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소매점에서 상품이 없어서 못파는 경우를 최소화한다.


도레도레의 또 다른 의문점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양말을 어떻게 생산해낼까라는 것이다.


3500여가지를 생산라인에서 만들어내려면 생산비가 엄청나게 소요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회사가 도입한 제도가 바로 셀생산방식(CMS·Cellular Manufacturing System)이다.


셀생산방식이란 라인생산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 시스템은 수요요건과 가공처리요건이 비슷한 제품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그룹의 제품만 생산하는 셀을 구성한다.


이 셀 속에 여러대의 기계와 그 분야의 숙련자를 배치한다.


이 방식을 도입하자 200종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3주 걸리던 것이 하루에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전문기업은 마케팅에서도 전문화하지만 생산방식도 전문화하는 기업을 뜻한다.


현재 세계에서 최고(最古)의 전문기업으로는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를 꼽는다.


사찰 등 목조건물 전문건축업체인 이 회사는 약 1400년간 한 분야만 종사해왔다.


이 업체를 창립한 사람은 뜻밖에도 한국인이다.


유중광이란 본명을 가진 그는 일본 쇼도쿠 태자의 요청으로 일본에 가서 사찰을 지으면서 곤고구미를 창립해 40대에 걸쳐 아직까지 전문건축업체로 건재해 있다.


이처럼 한국인도 오래전부터 전문기업을 일으키고 발전시켜온 셈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전문기업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었다.


어느 업종이 뜬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한국기업 경영전략의 핵심이었다.


부동산개발업이 좋다고 하면 너나 없이 부동산개발에 몰리고 휴대폰사업이 잘된다고 하면 기존사업을 뒷전으로 한 채 휴대폰으로 몰려갔다.


사실 최고수준의 전문기업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노하우는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다.


전문기업은 한 분야를 고집하면서도 끊임없이 변신을 해야 한다.


지난 50년간 오직 나사만 제조해온 시화단지의 명화금속을 보라.처음엔 자전거용 나사를 만들다가 다음엔 오토바이용을 만들었다.


그 다음엔 자동차용 나사를 만들고 현재는 항공기용 나사도 생산한다.


올들어 지리정보 전문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전문기업'을 법률용어화하고 전문기업 지원정책을 만들도록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의 벤처기업 육성이 너무 일시적인 성장시장을 노리는 바람에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면서 '전문기업협의회'를 만들어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기초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환경을 감안,한국경제신문사는 오직 한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해온 분야별 전문업체들을 '최고 전문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웅진코웨이는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사업에 많은 연구개발을 해온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먹는 물을 연구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씻는 물도 개발해냈다.


정수기에 이어 연수기를 내놔 수요처를 늘려나가고 있다.


전문기업은 역시 마케팅도 남다르다.


지금까지 정수기는 으레 사서 쓰는 것이라고 판단해 왔으나 이 회사는 정수기를 빌려주는 방식을 쓰면서 급성장했다.


정수기와 연수기는 애프터서비스가 필수적이어서 임대방식을 통한 기기관리가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귀뚜라미보일러도 오직 보일러 분야에서 전문화해온 성과로 최고의 전문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밖에 △한솔케미칼 △씨코 △중앙시스템 △세아티이씨 △놀부 △KIDP가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기업 및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