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객장 찾는 부동산 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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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두 자녀에게 아파트를 한 채씩 증여했는데 1가구 다주택에 해당되느냐." "2007년 완공되는 재개발아파트 입주권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입주권에 과세가 되느냐."지난 9일 D증권사가 VIP 고객들을 상대로 개최한 '부동산대책과 절세방안'이란 설명회에서 쏟아져나온 질문들이다.
양도세와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8·31 부동산대책' 이후 부자들의 움직임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하긴 하지만,새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07년 이전에는 어떻게든 부동산을 일부 정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바심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부자들은 모두 150여명.D증권사는 '부자 마케팅'의 일환으로 고객중 주식 거래금액이 10억원 이상인 사람들을 선정,설명회를 열었다.
증권사 직원은 "대부분이 금융자산을 40억∼50억원 이상 갖고 있고 지방에 땅이 있거나 1가구 3주택 이상인 고객도 상당수 된다"고 귀띔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내년부터 1가구 2주택 이상은 실거래가로 과세되고 재건축·재개발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돼 과세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대목에 이르러선 한숨과 쓴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증권사측은 설명회를 마무리하며 "부동산투자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60대의 한 여성 고객은 "그래도 부동산만한 투자처가 없으니까 좀 더 지켜볼 생각이긴 하지만 세금이 이렇게 많이 오른다면 무슨 수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최근 산업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자산에서 예금이나 주식 등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7%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의 83%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란 얘기다.
보고서는 고령화가 심화되면 유동화가 쉽고 보유비용이 적은 금융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져 비금융자산 비중은 2020년이면 7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불패' 신봉자들에겐 정부의 강경책 못지않은 우울한 소식일터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