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다시 이슈화되는 방폐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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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경 < 명지대 연구교수 >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또 한번 이슈화될 전망이다.
지난 20년간 정부는 자기 논리로 밀어붙이려 하기도 했고,반성 깃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머리와 입을 빌려 설득하기도 했고,편법을 통해 쉽게 가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시민으로부터 정부에 돌아온 것은 불신뿐이다.
호된 수업료 덕분에 정부가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지역주민의 수용성과 절차의 민주성에 무게를 두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엔 겉만 살짝 포장해 넘어가려 하는 건 분명 아니다.
일부 반대측 주장을 받아들여 유치 조건을 손질했고,지원을 위한 제도와 법도 정비했다.
과정을 통째로 돈으로 산 뒤 입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허황된 욕심에서 벗어나 정도로 가고자 하고 있다.
덕분에 벌써부터 몇 개 지역에서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에서는 극렬한 반대 운동이 아니라 유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다소 이른 전망도 나온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도 드물다.
정부,반핵단체,시민단체,관련기관,오피니언리더,전문가,언론,지역주민,그리고 시민.양자 간 의견이 달라도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데,이렇게 다차원적 주장을 지닌 이해집단 간의 합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여기가 출발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기 역할을 올바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한 곳이라도 유치 신청을 더 받는 게 급한 일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 환경과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지 않으면 유치 신청 지역이 아니라 그 주변 지역에서 또 한번 문제가 불거질 게 보이기 때문이다.
관련기관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관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안전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오피니언리더들은 괜히 적을 만들어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안일함을 떨쳐버리고 해야 할 말을 함으로써 국민의 여론을 이끌어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과 신뢰를 갖춘 거의 유일한 집단이 전문가 집단이다.
지역주민도 고향을 지키고 권리를 수호하는 것이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에 나섬으로써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최종 결정권을 갖고 이를 정당히 행사하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제 시민도 더 이상 남의 일로 방관해선 안 된다.
우리의 세금과 우리의 미래가 낭비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강력한 이미지로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목소리 내기는 더 이상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분석과 시민을 중심에 둔 접근만이 시민단체로 하여금 자기 위상을 갖도록 할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반핵단체에 숱한 희생을 안겼지만 이와 함께 확고한 위상과 사회적 영향력의 확대도 현실화시켰다.
따라서 무조건 안 된다거나 함께 가기 어려운 선결 조건을 내세우기 보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철저한 위험관리와 시민의 권리를 위해 외쳐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반핵의 대상이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인지 아니면 핵무기와 이를 위한 노력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접근 방법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단순한 시설 유치가 아니라 윈윈이 가능한 도시 건설 개념이 진정 의미가 있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을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에겐 각자 자기 역할이 있고 의지도 있고 확보된 예산도 있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만으로 안 되면 대통령이라도 직접 나서야 한다.
/방목기초교육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