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본, 결국 군사 대국화로 가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본 중의원 선거가 자민당의 기록적인 대승으로 끝났다.
지역구 300석 비례대표 180석 총 480석이 정원인 중의원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296석을 획득함으로써, 설령 공명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반 법률은 떡주무르듯 다룰 수 있어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게 됐다.
자민당의 영원한 보험정당인 공명당 표 31석을 합치면 327석으로,헌법개정 가능 정족수인 320석 이상을 확보하게 돼 1947년 지금의 평화헌법이 공포된 이후 처음으로 헌법개정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선구제를 운용해 안정적인 자민당 의석 수를 확보하던 일본 정계는 양대 정당제도의 안착을 위해 소선거구제를 도입했다. 그러한 시도가 10여년이 지나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자민당과 민주당이 대립하는 양대정당 구조의 틀을 마련했고,그 배경은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선거구제를 통한 일본의 정당제도라는 것은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기 때문에 웬만하면 당선이 가능해 군소정당이 난립했고 자민당은 월등한 지배정당이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필요의석인 3분의 2 이상의 의석수, 즉 지금이라면 320석 이상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헌법 공표 50여년을 지나면서 자민당이 약진하고 좋은 파트너를 연정 상대로 삼는다 하더라도 전후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라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정치 풍운아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출현으로 일본의 보수우익계는 절호의 찬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 제 9조는 육.해.공군력을 보유할 수 없고 국제분쟁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그래서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능가하는 첨단 군사력으로 무장돼 있는 자위대는 항상 서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해외로 군대를 파견해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고 싶어도 매번 국내와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획득하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고 여기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천황이 공표하고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헌법개정과 관련한 일본의 여론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이전에는 헌법개정에 대한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으나 걸프전쟁을 계기로 찬성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 결과도 결국은 일본의 국내정치와 국제적 위상 변화를 바라는 일본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헌법개정에 대한 자민당 초안을 보면 일본 군대의 정식 명칭을 자위군이라고 하고 해외에서의 군사활동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국과의 갈등이 예고되고 과거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헌법개정에 대한 반대세력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서 헌법을 개정하지 못하고,겉으로만 부르짖는 척하더라도 평화국가로 남아주길 기대해 왔다.
그러나 이제 군사력을 당당히 사용하는 보통국가론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일본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의 특히 보수우익 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연내에 강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한국 및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동북아 정세가 중국과 일본이 세력다툼하는 형국으로 발전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과거 침략사를 호도하고,중국은 한국의 찬란한 고구려 역사를 마치 자기네 변방역사인 양 치부하는 민족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간에 놓인 한국은 미래를 신중한 태도로 성찰할 시기이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는 일본이 군사대국 정치대국으로 달라진다는 신호탄이며 이는 일본 국민이 선택했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