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4:58
수정2006.04.03 05:00
일본 총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은 11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480석 중 절반을 훨씬 웃도는 296석을 확보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합칠 경우 327석을 장악해 개헌 발의 선인 3분의 2(320석)를 넘어서는 기염(氣焰)을 통했다.
이런 총선 결과는 한·일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본 총선은 한마디로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도박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신의 공약(公約)인 우정(郵政)사업 민영화 법안을 부결시킨 국회를 해산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한 전략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것이다.
따라서 고이즈미 총리는 한층 강화된 정치적 리더십을 발판으로 우정사업은 물론 행정·재정 분야 등에서도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일본이 더욱 보수우익화할 것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해 우려가 적지 않다.
그동안 고이즈미 정권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역사 교과서 왜곡,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력 강화 추진 등 우경화 노선을 걸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앞으론 이런 경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한.일 간은 물론 북.일,중.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동북아지역의 긴장감도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독도 영유권 분쟁까지 얽혀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일본의 보수우익 노선이 강화되고 우리도 강경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국민감정이 다시 폭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최근의 독도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일본 지자체와의 결연관계를 청산한 일도 있었던데다 도요타자동차가 한국에서의 신차 발표회를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던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런 우려는 결코 지나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양국 정부는 앞으로의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지 않도록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설혹 불가피하게 정치적 갈등(葛藤)이 빚어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경제문제와 관련해선 미래지향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국은 이미 서로에게 중요한 무역파트너로 자리잡는 등 긴밀한 동반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 등 풀어야 할 현안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