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곳 가운데 1곳이 15%가 넘는 고3 학생에게 '수(90점 이상)'를 주는 등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국 고교(1학년 1262개교,2·3학년 100개교)를 대상으로 올 1학기 교과 성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12일 발표했다. 교육부가 2008학년도부터 내신 위주의 새로운 대입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성적 부풀리기가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 절반이 부풀려 고3의 경우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50.8%의 학교에서 90점 이상(수)을 얻은 학생 비율이 15%를 넘었다. 2학년은 조사대상 학교의 3곳 중 1곳(39.3%)에서,1학년은 조사대상 학교의 4곳 중 1곳(24.4%)에서 '수'를 받은 학생이 15% 이상에 달했다. 내신성적 위주로 대입전형을 치르게 되는 고1의 경우에도 4곳 중 1곳에서 여전히 성적을 부풀리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수'를 받은 학생이 15%를 넘은 학교가 1학년은 59.2%,2학년은 75.1%,3학년은 85.2%였다. 이와 비교하면 성적 부풀리기사례가 올해들어 강력한 단속 덕택에 줄어들긴 했지만 내신성적의 신뢰도를 훼손한다는 측면에선 여전히 문제가 많다. 교육부는 올 2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설정한 교과성적 부여기준('수' 비율 15% 이내, 과목 평균 70~75점)을 5% 이상 초과한 학교에 대해선 강력한 장학활동과 함께 행·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해 성적 부풀리기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고했었다. ◆기출문제 또 내는 방식으로 성적 부풀려 일선 고교에선 문제의 난이도를 떨어뜨려 학생들의 '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중간·기말고사를 실시하면서 예전과 똑같은 문제를 출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교육부가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6개 시·도 교육청이 2003∼2005년 전국 일반계 고교 873곳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22.79%인 199개 고교가 중간·기말고사에서 예전과 똑같은 문제를 출제했다. 같은 문제를 거듭 냈다가 적발된 학교는 경북에서 전체 학교의 65.49%에 달했고 경남 36.78%,서울 35.14%,충남 30.0%,전북 28.13% 등에도 많았다. 또 전국 14개 고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과학탐구시험을 실시하면서 과탐I 문제를 과탐Ⅱ에 그대로 출제했다가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김현석·송형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